사드 규제권에 든 한국 화장품 점유율 급속 잠식
미세먼지로부터 피부 보호, 항(抗)스모그 화장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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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홍성현 기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중국서 ‘스모그 마케팅’ 대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중국 정부의 사드 제재 조치로 애태우는 사이, 일본 미국 프랑스 등 세계 경쟁 화장품 업체들이 항(抗)스모그 화장품으로 시장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진=바이두> |
최근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 화장품 제품을 줄줄이 수입 불허했다. 지난 3일 중국 질검총국이 발표한 수입금지 화장품 명단(일명 블랙리스트) 가운데 절반 이상(19개)이 한국 제품이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 전세기 취항을 불허한 것도 한국 화장품업체들의 유커(游客 중국관광객) 손님 유치에 제동을 걸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현지에서는 ‘항스모그’ 기능을 내세운 글로벌 화장품들이 ‘스모그 특수’를 맞이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항스모그’ ‘PM2.5’ 라는 문구가 도처에 가득하고 항스모그 클렌징 크림, 로션, 항스모그 미스트 등 천차만별 가격대의 수백 가지 제품이 자리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PM2.5 수치를 발표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중국에서는 ‘스모그 경제’라는 용어가 생길 정도로 마스크, 공기청정기 등 스모그 관련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중국 소비자들은 스모그 제품 구입에 매년 8억7000만위안(1500억원)을 쓴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중국에 다시 스모그 공포가 드리우자,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은 중국인들의 이 같은 ‘스모그 탈출’ 욕구를 저격, 스모그 마케팅을 통한 특수를 노리고 있다. 일제히 ‘항스모그’ 화장품을 선보이며 중국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시세이도 이하다(IHADA) 미스트 <사진=바이두> |
일본 화장품 브랜드 이하다(IHADA 시셰이도계열)에서 출시한 ‘항 PM2.5미스트’는 하이타오(海淘 중국 해외직구족)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항스모그 제품이다. 이 업체의 공식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명 ‘이온 배제(ion exclusion)’ 특허 기술을 사용해 공기 중의 미세먼지가 피부에 달라붙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민감성 피부 제품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라로슈포제(La Roche-Posay)는 오염물질이 피부에 달라붙지 않도록 예방하는 화장품을 내세웠다. 라로슈포제 제품개발 주관 도미니크(Dominique Moyal)는 “피부 표면의 손상을 회복시키는 제품으로, 세포 재생을 도와 윤기 있는 깨끗한 피부를 만들어 준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프랑스 브랜드 쌍빠(SAMPAR)는 최근 티몰(TMALL 天猫)에 정식 입점했다. 현재 총 18가지 제품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오염 물질 제거 특허 기술을 보유한 강점을 살려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쌍빠 관계자는 이 기술을 활용하면 피부를 모든 환경오염물질로부터 보호할 수 있으며 세포 활성화에도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티몰(TMALL 天猫)에 입점한 쌍빠(SAMPAR) <사진=바이두> |
한편, 미국 피앤지(P&G) 계열 화장품 브랜드 올레이(Olay 玉蘭油)는 미세먼지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해 그 상관관계를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14년 올레이는 베이징 의학 전문가의 협조를 받아, 베이징 현지 30-45세 여성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거주지 대기 환경을 기준으로 실험대상자를 두 그룹으로 나눴는데, 하나는 베이징 중심가에 10년 이상 거주한 집단이었고, 나머지는 베이징 교외지역에 거주한 사람으로 구성했다.
올레이(Olay) 7in1 화장품 <사진=바이두> |
당시 올레이 연구원은 “대기 오염이 심한 중심가에 거주하는 여성의 피부가 더 건조하고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그로 인해 피부 노화가 상대적으로 빨리 진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미세먼지는 입자가 너무 작아서 피부 속으로 흡수되지는 않지만, 그 입자 위에 달라붙는 유해한 화학물질이 피부 세포 속으로 스며들어 주름, 건조증, 기미 생성을 초래한다는 설명이다. 올레이는 비타민 B와 항산화 성분을 함유한 7in1 안티링클(주름개선) 크림의 피부 보호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스모그 특수는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중국 ‘저렴이’ 화장품들도 ‘스모그 마케팅’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당 5위안(4300원)짜리 클렌징 크림이 ‘PM2.5 제거’라는 광고 문구 하나에 매월 398개씩, 누적 6239개가 팔려나가는 효과를 봤다.
문제는 정말로 ‘스모그 방지’ 기능이 있냐는 진위논란이다. 제품 용기나 포장에는 ‘스모그’나 ‘미세먼지’ 관련 설명을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모그’를 내세워 제품을 홍보하는 경우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항스모그 화장품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효과가 있다’ ‘어찌됐든 피부에 좋다’ ‘이름만 항스모그 화장품’ ‘상술이다’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중국에 아직 항스모그 화장품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항스모그 화장품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과 광고 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홍성현 기자 (hyun2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