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가장 느린 긴축 연출 전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대통령 선거 이후 금리인상을 가속화할 뜻을 밝히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간 지속된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종료를 맞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통화정책 정상화는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 부양에 무게를 두고 있는 유럽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물론이고 연준의 긴축 역시 시장이 예상하는 ‘정상화’와는 거리가 멀 것이라는 관측이다.
워싱턴 D.C. 연준 본부의 독수리상 <사진=블룸버그> |
지난 17일부터 진행중인 스위스 다보스의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미국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에 걸친 비전통적 통화정책과 지난해 유럽과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정책이 ‘정상화’ 수순에 이르기까지는 수년간의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연준 역시 강달러와 주요국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인해 1910년대 이후 가장 느린 긴축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헤지펀드 업체 스카이브릿지 캐피탈의 창업자 앤서니 스카라무치는 “현재 세계 경제가 금리 정상화의 수순에 진입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라며 “연준의 금리인상 움직임이 매우 긍정적인 신호에 해당하지만 다른 어느 국가보다 미국의 긴축이 지극히 점진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UBS의 악셀 베버 회장 역시 패널 토론에서 한목소리를 냈다. 연준의 마지못한 금리인상보다 일본은행(BOJ)과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완화 정책이 전세계 금융시장에 더욱 지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다.
ECB는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월 800억유로 규모의 자산 매입 규모를 월 600억유로로 낮췄지만 오는 3월 만료 예정이었던 기간을 12월로 연장했다.
BOJ 역시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제로 수준에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힌 상황이다. 영국 경제가 성장률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에 직면한 가운데 영란은행(BOE)은 앞으로 금리를 올릴 수도, 내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해 12월, 첫 금리인상 이후 1년만에 두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한 연준 역시 상황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것이 패널들의 지적이다.
글로벌 주요국과의 탈동조에 제한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데다 강달러 역시 금리인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밖에 연준 정책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금리인상 기대감을 떨어뜨린 바 있다.
하버드 대학의 카멘 레인하트 교수는 패널 토론에서 “연준의 이번 긴축은 역대 통화정책 정상화 가운데 최저 속도로 이뤄질 것”이라며 “달러화 강세가 커다란 걸림돌”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