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부터 공약 실행까지 강달러에 좌절 가능성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다우존스 지수 2만 돌파가 번번이 좌절된 가운데 외환시장이 복병으로 지목되고 있다.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이른바 트럼프 랠리를 꺾어 놓을 것이라는 얘기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세금 인하가 달러화 폭등을 초래, 금융위기를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월가 구루들 사이에 강달러에 대한 경계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국내외 자동차 업계를 호령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달러화에 발목을 붙잡힐 수 있다는 경고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10일(현지시각) 뉴욕외환시장에서 멕시코 페소화가 달러화에 대해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업계에 따르면 페소화는 올들어 이미 4%에 달하는 하락을 기록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 무역주의 행보가 공식 취임에 앞서 이미 본격화되면서 페소화의 ‘팔자’를 부추기는 양상이다.
터키 리라화도 이날 장중 달러 당 3.7790리라를 기록하며 사상 최저치로 밀렸다. 지난해 17% 폭락한 리라화는 경제, 정치 리스크를 빌미로 가파른 내림세를 지속하고 있다.
소위 하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가 높아진 데 따라 영국 파운드화 역시 추가 하락했다. 전날 달러화에 대해 1% 떨어진 파운드화는 약세를 지속, 장중 파운드/달러 환율 1.21달러 선이 위태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지난해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파죽지세로 뛰었던 뉴욕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달러화에 월가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 경제 자문은 CNBC와 인터뷰에서 “달러화를 주시하라”고 권고하며 “달러화가 강세를 지속하는 한편 변동성을 확대할 경우 수출주를 중심으로 주가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 등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을 좌절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 부양이 달러화를 폭등시켜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는 서머스 전 재무장관의 경고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달러화를 중심으로 글로벌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번지고 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CBOE 변동성 지수(VIX)가 11 선에서 거래, 지극히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변동성 격차가 15년래 최고치로 벌어진 상황은 주식시장에 적신호라는 지적이다.
멕시코 페소화부터 중국 위안화의 역외 환율, 최근 영국 파운드화까지 걷잡을 수 없는 변동성이 주식을 포함한 주요 자산시장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우려다.
연초 주식 투자 리스크의 헤지 비용이 상승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니틴 삭세나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애널리스트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외환시장의 급등락이 통제되지 않으면 주식시장에 충격이 밀려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크로 리스크 어드바이저스의 프라비트 친타왕빈치 파생상품 전략가도 투자 보고서에서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다”며 “지난 2015년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이 현 수준으로 확대됐을 때 중국 당국이 예기치 않은 평가절하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을 가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