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 및 美-日 금리 스프레드 10년 전과 흡사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내년 글로벌 외환시장에 엔 캐리 트레이드가 부활할 것이라는 관측이 번지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달러화가 가파르게 뜨면서 과거 달러/엔 환율이 과거 엔 캐리가 활황을 이뤘던 시점과 같은 수준까지 올랐다는 것.
엔화 <사진=블룸버그> |
헤지펀드를 필두로 투기거래자들이 엔화 하락 포지션을 최장기간에 걸쳐 취하는 미국과 일본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날로 크게 벌어지면서 엔 캐리의 재개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캐리 트레이드는 조달 비용(금리)이 낮은 통화로 자금을 확보한 뒤 수익률이 높은 지역의 자산을 매입해 차익을 취하는 형태의 전략이다.
월가 외환 트레이더들 사이에 내년 엔 캐리가 약 10년만에 강한 ‘컴백’을 이룰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117~118엔 선에서 거래, 과거 엔 캐리 붐이 일었을 당시와 같은 수준으로 뛰면서 실제로 기회를 엿보는 트레이더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도 엔 캐리에 우호적인 여건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2.5~2.6% 선에서 거래되는 한편 일본 10년물 수익률은 0%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 회의를 갖고 10년물 국채 수익률을 0% 가량으로 유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내년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황. 양국의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앞으로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2006~2007년 사이 엔 캐리가 성행했을 당시 국채 수익률 스프레드는 265bp였다. 최근 250bp까지 벌어진 스프레드가 가까운 시일 안에 약 10년 전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는 투자 보고서를 내고 “내년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 저항을 맞는다 하더라도 연준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엔 캐리에 불을 당기기에 충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의견이 JP모간에서도 나왔다. 이 은행의 사사키 토루 이론 리서치 센터장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3%까지 오를 경우 달러/엔 환율이 125엔까지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기업의 해외 이탈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인상 폭을 통제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물론 내년 엔 캐리 부활 여부를 둘러싸고 변수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엔 캐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른바 트럼프 랠리가 위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조정이 본격화될 경우 달러/엔 환율이 가장 먼저 반전을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다.
UBS는 최근 달러화가 크게 고평가 됐다고 판단하고 투자자들에게 매도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4년간 달러화가 유로화에 대해 약 20%, 엔화에 대해 30% 뛰었고, 이 같은 강세 흐름이 지속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