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자본 유출 신호…투자심리 위축 반영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중국 위안화의 역내 거래가 이달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되면서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감이 번지고 있다.
대규모 자본 유출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단면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금리와 달러화가 동반 상승하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정황을 반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위안화 <사진=블룸버그> |
27일(현지시각) 중국외환거래센터에 따르면 12월 상하이의 위안화 거래 규모가 일평균 340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2014년 이후 최고치에 해당하며, 지난 1~11월 거래 규모에 비해 51% 높은 수치다.
이와 함께 RBS의 조사에 따르면 중국 은행권이 위안화 순매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들어 자본 유출이 심화됐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리고 있다.
소시에테 제네랄의 프란시스 청 아시아 전략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중국의 자본 유출 압박이 당분간 상당히 높을 것”이라며 “내년 초 해외 자금의 중국 채권시장 유입 여부에 따라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앞서 골드만 삭스는 지난 11월 중국에서 692억달러에 달하는 자금이 순유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6월 이후 월평균 50억달러에서 대폭 늘어난 수치다.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위안화의 하락 압박이 높아진 데 따라 11월 중국인민은행(PBOC)의 외환보유액 감소 폭이 3839억위안(550억달러)으로, 연초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
지난해 말6.4937위안에 마감한 달러/위안 환율은 최근6.9649위안까지 상승, 올해 위안화 가치가 20여년래 최대 폭으로 떨어질 전망이다.
1인당 5만달러인 위안화 개인 환전 쿼터가 내년 1월 축소될 예정인 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인상,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관세 인상 압박이 맞물리면서 중국 정부가 3중고에 시달릴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의 마 준 이코노미스트는 “정책자들이 위안화 급락과 자본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개입을 단행하고 있다”며 “내년 위안화 환율에 대한 시장 전망을 더욱 적극적으로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월가는 위안화 거래 증가와 하락 압박이 2017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기업들은 물론이고 개인 투자자와 은행권이 보다 공격적인 외환 거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기업들이 위안화 보유를 꺼리는 정황이 곳곳에서 포착, 시장의 우려를 뒷받침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홍콩의 세븐일레븐은 위안화와 홍콩달러의 패러티를 적용하고 있다. 실제 환율이 패러티에 이르기 위해서는 위안화가 12% 떨어져야 하지만 일상적인 상거래에서 위안화가 제값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홍콩 소재 다이와 캐피탈 마켓의 케빈 라이 이코노미스트는 “평가절하 압박이 지속되면서 기업들 사이에 위안화의 투자 및 보유 매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위안화에 대한 전망이 지극히 비관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설명했다.
RBS는 올해 초와 같은 걷잡을 수 없는 자본 유출과 금융시장 패닉을 막기 위해서는 중국인민은행이 규제의 수위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