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국채 및 회사채 만기 물량 급증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선진국 정부부터 신흥국 기업까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시장이 난항을 맞았다. 이른바 ‘트럼프 프리미엄’이 자금 조달 비용을 대폭 끌어올렸기 때문.
만기 도래하는 국채 물량이 대폭 늘어난 가운데 채권 발행자와 투자자들 사이에 새로운 금리 여건을 반영, 자산 재평가와 새로운 전략 수립으로 연초부터 분주한 움직임이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3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과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올해 국채 만기 물량이 총 7조7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지난해에 비해 8% 이상 늘어난 수치다.
특히 중국 국채의 만기 물량이 5880억달러에 달하며, 이는 지난해에 비해 무려 132% 높은 규모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나타난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글로벌 채권시장이 전시상황을 연출할 것이라고 시장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대선 이전 1.7% 선에서 움직였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2.6% 선까지 뛴 사이 전세계 신용시장 곳곳으로 파장이 확산됐다.
브라질의 5년 만기 신용디폴트스왑(CDS) 스프레드가 미국 대선 이후 최대 22% 폭등, 한 때 321.76bp까지 뛰었고 아르헨티나의 CDS 프리미엄 역시 23% 치솟으며 464.11bp까지 오른 뒤 한풀 꺾였다.
라틴 아메리카의 정부 및 기업들의 채권 만기 물량이 올해 750억달러에 이르며, 신규 발행 대기 물량 역시 작지 않은 상황.
월가 투자은행(IB) 업계는 시장 금리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한편 채권 차환 및 신규 발행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예고한대로 올해 세 차례의 금리인상을 단행할 경우 시장금리와 스프레드가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코시모 마라치울로 파이오니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머니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국채를 포함한 전반적인 글로벌 채권시장에 대해 약세론을 견지하고 있다”며 “거시경제와 펀더멘털 측면에서 채권의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발행 물량이 늘어나면서 채권 가격을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클레이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국채시장은 7% 이상 하락,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하락을 기록했다.
호주와 이탈리아 등 일부 선진국은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지난해에 이어 장기물 국채를 발행, 이자 비용을 현 수준에서 고정시키려는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방코 이토 BBA의 페르도 프래드 로드리게스 글로벌 채권 헤드는 “앞으로 1~2년 사이 만기 도래하는 채권을 보유한 동시에 투자자들을 확보할 수 있는 정부나 기업들이 연초 서둘러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려고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여건이 매끄럽지 않을 전망이다. 금리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데다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샌디 세베리노 그루포 BTG 팩투얼 채권시장 헤드는 “트럼프 시대의 본격화와 함께 유럽 주요국의 연이은 총선까지 맞물리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올해 금리 변동성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