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 상승 초래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른바 트럼프 시대 미국 경제에 대한 평가가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정확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 및 정책이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얘기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주식시장은 강한 경제 성장률에 대한 기대로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재정 확대와 세금 인하 등 트럼프 공약이 성장에 불을 당길 것이라는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사진=블룸버그> |
국채 수익률은 대선 이전 1.7% 선에서 수직 상승, 최근 2.6% 선까지 뛰었다. 연중 저점인 1.32%에서 두 배 치솟은 셈이다. 금리 상승의 주요 배경은 인플레이션 상승 기대감이다.
이와 관련, 골드만 삭스는 20일(현지시각) 투자 보고서를 내고 트럼프 시대 경제에 대한 채권시장의 평가가 적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앞서 뉴욕증시가 내년 상반기 트럼프 랠리를 종료하고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던 골드만 삭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대규모 재정 확대가 성장률보다 인플레이션을 더 크게 끌어올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본적으로 경제 성장은 가용 노동력과 자본이 뒷받침될 때 이뤄진다. 미국의 인구 고령화를 감안할 때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지명자가 제시한 4%의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이를 근간으로 볼 때 대선 이후 주식시장에 비해 채권시장이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 골드만 삭스의 판단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이 인플레이션과 실질금리 상승을 부추길 여지가 높고, 이는 달러화에 긍정적인 반면 위험 자산에 호재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는 최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발언과도 맥을 같이 한다. 그는 볼티모어 대학에서 가진 연설에서 고용 시장이 10년래 가장 강한 상태라고 평가하며 연준이 일정 수준의 경기 과열을 용인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에 찬물을 끼얹었다.
뿐만 아니라 공급 측면에서 트럼프 당선자의 이민 규제가 잠재 성장률을 깎아 내릴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내다보고 있다. 규제 완화와 세금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 효과를 희석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재정 확대의 반대 급부에서 연준이 금리인상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경우 주식시장의 랠리가 꺾일 것이라고 골드만 삭스는 강조했다.
이와 함께 미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중장기 성장 전망치가 여전히 저성장 기조에 머물고 있고, 이는 대선 이후 뉴욕증시의 뜨거운 랠리를 정당화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10년물 국채와 같은 만기의 물가연동채권(TIPS) 수익률의 스프레드를 근거로 볼 때 투자자들은 앞으로 10년간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연율 기준 1.89%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는 대선 당일 1.73%에서 가파르게 뛴 수치다. 스프레드는 지난 12일 2년만에 처음으로 2% 선을 밟았다.
시장조사 업체 리퍼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한 주 사이 TIPS 관련 펀드로 2억4430만달러가 유입, 대선 이후 극심한 자금 썰물을 이룬 채권 펀드와 대조를 이뤘다. 연초 이후 TIPS 펀드의 자금 유입액은 112억달러로 파악됐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