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기업 경기 호조 기대에 투자 확대 움직임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포드 자동차가 16억달러 규모의 멕시코 투자 계획을 철회하고 이 대신 미국 미시간에 7억달러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포드 무스탱과 링컨 콘티넨탈뿐 아니라 하이테크 전기자동차를 미국에서 생산하겠다는 얘기다.
이번 결정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압박이 절대적인 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제조 부문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세금 ‘폭탄’을 때리겠다는 으름장이 메이저 자동차 업체를 주저앉힌 셈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이날 트럼프 당선자는 트위터를 통해 제너럴 모터스(GM)를 향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크루즈를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으면 커다란 세금 부담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연초 투자자들과 경제학자들 사이에 올해 미국 자본 투자가 활황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가 번지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의 강압적인 기업 통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재정 확대를 통한 새로운 경기 부양책에 대한 낙관론이 기업 경영자들의 경기 신뢰를 개선시켰고, 국내외 기업들의 투자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찰스 멀포드 조지아 기술대학 교수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미국에 강력한 자본 투자 붐이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외 기업들 사이에 실제로 이 같은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다. 초저금리에도 현금을 쌓아 두고 있던 기업들이 금리 상승 전망에도 오히려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IT 소매업체 게임스톱은 지난해 1억6000만달러의 자본 투자를 단행, 2013년 1억2500만달러에서 상당폭 늘린 데 이어 올해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주주환원에 커다란 비중을 뒀던 자금 운용을 근본적으로 수정한다는 입장이다.
독일 철강회사 클뢰크너도 올해 미국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매출액의 40%를 미국에서 창출하는 클뢰크너는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지난해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금리가 가파르게 뛰면서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졌지만 투자 계획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경기 호조에 따른 수익성 개선이 금리 상승에 따른 충격을 충분히 상쇄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이자 비용이 여전히 역사적 평균치에 비해 현격하게 낮다는 얘기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후 12개월 사이 미국 S&P500 기업의 투자는 17% 이상 떨어졌고, 미국 경제가 침체를 벗어난 이후에도 극심한 저성장이 지속되면서 경영자들의 투자 의욕을 꺾어 놓았다.
미국 경제가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대로 3~4%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인지 불투명하지만 기업들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다만, 일부에서는 정치권의 혼란이 기업 투자에 복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블룸버그는 정치권의 마찰 수위를 나타내는 정치갈등지수가 10% 상승할 때 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이 0.4% 늘어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고, 트럼프 당선자의 공식 취임 후 워싱턴의 기류가 올해 투자에 커다란 변수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