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에 가속도, 연말 '삼성 합병'·'블랙리스트' 윤곽
청와대로 향하는 '상향식' 수사로 朴 대통령 조준
[뉴스핌=이성웅·김범준·황유미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이 박 대통령 뇌물죄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정조준하고 올해 수사의 막판 스퍼트를 올리고 있다. '삼성 합병 의혹'의 핵심 인물인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긴급체포하는 한편,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의 외삼촌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을 소환했다. 청와대를 옥죄는 모습이다.
28일 새벽 2시께 박영수 특검팀은 전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던 문형표 전 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로 긴급체포했다. 특검팀 출범 이후 첫 체포다.
문 전 장관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구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에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 전 장관은 현재까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그러나 지난 21일부터 이어온 복지부와 국민연금 압수수색, 관계자 소환조사 등을 통해 증거물과 진술을 확보하고 문 전 장관이 깊숙이 개입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같은 날 소환된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의 입에서 복지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결정적인 진술이 나오면서 문 전 장관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고 긴급체포했다.
27일 새벽 2시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긴급체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의를 입고 이날 오전 10시께 다시 특검사무실로 소환됐다. <사진=황유미 기자> |
긴급체포된 문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께 수의를 입고 포승줄에 묶인 채 특검사무실로 재소환됐다. 특검팀은 향후 48시간 동안 문 전 장관을 추가 조사해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만일 조사 과정에서 문 전 장관도 청와대의 지시를 받아 합병 찬성을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다음 차례는 구속기소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김진수 전 복지비서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에게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부할 것을 강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특히 204억원에 달하는 삼성의 재단 출연금이 합병 대가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최종적으로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도 수사 강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5일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연루됐을 것으로 보이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종덕 전 문체부장관, 김상률 전 교문수석, 정관주 전 문체부 1차관 등의 거주지와 사무실 등을 대거 압수수색했다.
또 지난 24일부터 김종 전 문체부 2차관을 3번에 걸쳐 소환조사하고 27일에는 정관주 전 차관을 소환조사했다. 28일에는 김상률 전 교문수석을 소환하면서 특검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수사 역시 2차관→1차관→수석으로 단계를 밟아 올라가고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전 수석 다음으로는 조 장관이나 김 전 장관, 김기춘 전 실장 등이 소환 대상자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김상률 전 교문수석은 '문화계 비선실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의 외삼촌으로 블랙리스트 작성 뿐만 아니라 정부 주도 문화사업의 각종 이권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한 김 전 수석 본인의 청와대 입성 과정에도 차 전 단장과 최순실씨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의혹도 나오고 있다. 김 전 수석은 특검 사무실 출석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특검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고만 했다.
특검팀은 이날 '세월호 7시간' 의혹의 실마리를 쥔 것으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단골병원 김영재 의원의 김영재 원장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중이다. 또 서울대병원과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집무실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