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치 '부정적' 등급 전망 33%로 2009년 2분기 기록 넘어서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이머징마켓의 은행권 신용 리스크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보다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달러화 강세와 함께 미국의 금리인상이 가속화되면서 충격이 예상되는 가운데 나온 지적이어서 시장의 경계감을 자극하고 있다.
피치 <사진=AP> |
7일(현지시각)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부정적’ 등급 전망을 평가 받은 신흥국 은행이 118개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가 대상에 해당하는 전체 은행 가운데 33%에 이르는 수치다.
뿐만 아니라 이는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충격으로 시스템 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2분기 말 기록했던 32%를 넘어선 결과다.
이후 글로벌 금융권의 유동성 위기가 진정되면서 ‘부정적’ 등급 전망을 평가 받은 신흥국 은행의 비중은 감소 추세를 보였으나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하락과 전세계 경제 성장 둔화 등 매크로 변수의 악화로 인해 상황이 악화됐다는 지적이다.
피치는 이번 보고서에서 신흥국 은행권의 신용 상태와 등급 압박 요인이 올해 크게 상승했고, 내년 역시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머징마켓의 경제 성장이 회복되고 있고, 상품 가격 역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권 신용 리스크를 떨어뜨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주장이다.
등급 하향 리스크가 높은 은행은 터키가 18개로 나타났고, 경기 침체가 강타한 브라질도 15개에 달했다.
사우디 아라비아에서는 11개 은행이 부정적 등급 전망을 받았고, 콜롬비아(7개)와 오만(6개) 등 산유국 은행권의 신용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아제르바이잔의 은행권은 지난 6월 말 기준 부실 여신 비율이 15.8%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수치는 지난해 말 9.5%에서 가파르게 상승,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크게 고조된 상황을 반영했다.
지난 2년간 에너지 가격 급락에 따른 충격과 함께 통화 평가절하에 따른 파장이 금융권을 강타했다는 것이 피치의 설명이다.
우크라이나와 불가리아의 부실 여신 비율이 각각 34%와 19%에 달했고, 벨라루스 역시 14.3%로 적신호를 나타냈다.
인도의 은행권과 관련, 피치는 부실 자산 비율이 11%에 달했고, 900억달러 규모의 자금 확충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피치는 2017년 이머징마켓 은행권의 리스크 요인으로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꼽았다. 달러 강세와 함께 미국 금리인상이 맞물려 외화 의존도가 높은 은행을 중심으로 자본건전성을 해칠 것이라는 경고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