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전환점 없인 탄핵 처리 사실상 어려워
법적 규제 없는 자진사퇴, 권한 행사와 개헌 문제 남겨
[뉴스핌=조세훈 기자] 탄핵의 열쇠를 쥐고 있던 비박계가 탄핵 추진 대신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사퇴 안으로 기울고 있어 '4월 자진사퇴, 6월말 조기 대선'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자진사퇴를 선언하더라도 이후 통치행위와 관련한 법적 구속력이 없는데다 총리의 권한행사 범위마저 명확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야당과 비박계가 함께 탑승한 탄핵 열차가 탈선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일 야3당의 합의 실패,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이탈 조짐 등으로 당초 예정됐던 2일 본회의 상정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주말 사이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야3당이 9일 탄핵 표결에 나서도 탄핵안 가결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럴 경우 남는 방법은 박 대통령의 자진사퇴와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이다.
새누리당이 주장하고 있는 '4월 사퇴'라는 시나리오도 실행하기 만만찮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여당 제안에 따라 4월 자진 사퇴를 선언하더라도 선언하는 시점과 실제 퇴임할 때까지 5개월이 남는다. 이 기간 동안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권한 행사와 퇴임을 강제할 법적 장치가 없다는 쟁점 등이 남아있다.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을 때 대통령 직무정지 형태 등을 놓고 또다시 논쟁이 될 거란 얘기다.
만약 박 대통령이 조기 퇴진을 선언한 뒤 절차 등을 내세워 기존 직무를 수행하더라도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 직무정지를 명확히 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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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일 대형 화재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해 김영오 서문시장 상인회장과 함께 피해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
직무정지를 공식화해도 문제는 남는다. 현행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도록 규정했지만 정작 직무 범위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다. 다만 선례는 있다.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한 고건 전 총리는 제한적인 업무만을 수행했다. 고 전 총리는 당초 예정돼 있던 대통령의 해외순방 계획과 외국 정상들의 방한 일정도 연기·취소되는 등 대외업무는 거의 수행하지 않았다.
때문에 권한대행을 맡을 총리 역시 ‘고건형' 직무대행이 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경제, 안보'의 쌍끌이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어 국정마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보호무역주의 등을 내세워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미간 정치·경제 관계에 커다란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내수부진 및 수출 역성장 지속 등으로 한국경제호의 성장동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어 그 어느 때보다 컨트롤타워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권한대행 총리가 보다 적극적인 권한행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상겸 동국대 법대 교수는 이에 대해 "대통령 본인이 사임을 하겠다는 명문규정은 어디에도 없지만 헌법 71조를 보면 궐위되거나 사고가 있을 때 국무총리가 대행하도록 돼 있다"며 "일종의 사임서를 작성해서 국무총리에게 맡기면 된다"고 말했다. 총리의 권한행사 범위에 대해선 "총리는 대통령의 전반적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며 "고건 총리의 경우 대통령이 사직한 게 아닌 권한만 정지되었기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신율 명지대 교수 역시 "거국중립내각 총리를 새로 임명하고 법적 테두리 내에서 총리의 권한을 최대한 인정을 해줘야 한다"며 "다만 탄핵이 되었다면 법적으로 직무정지가 되는데, 자진사퇴는 법적 규제가 없기에 대통령은 외치와 내치 모두 총리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통령 권한을 모두 위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다만 개헌을 통한 임기단축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탄핵이라는 법적 장치가 있는데 임기단축을 위한 개헌을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제는 미국, 동남아, 중동, 라틴아메리카 등에서만 도입된 부분에 대해 생각해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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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이 박근혜 대통령 임기단축을 위한 여야협상을 거부한 30일 오전 청와대앞에서 경찰 경비대가 경비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
[뉴스핌 Newspim] 조세훈 기자 (askr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