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에 센스 있는 직책 부여…마케팅 효과 톡톡
디자인, 콘텐츠 개발 등 실무 참여하는 경우도
[뉴스핌=이지연 기자] 중국 기업들이 기상천외한 직위까지 신설하며 연예인 임원 발탁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배우 송중기가 ‘최고 예쁨 담당자’로 임명되는가 하면 중국의 유명 방송 진행자, 배우, 가수, 심지어는 올림픽 국가대표까지 기업의 ‘고위 임원’으로 발탁되면서 높은 홍보 효과를 창출함은 물론 신선한 재미까지 선사하고 있다.
일부 연예인들은 해당 직책에 걸맞은 실무에 직접 나서며 보다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표=이지연 기자> |
올해 드라마 ‘태양의 후예’로 중화권 안방극장을 휩쓴 배우 송중기는 지난 5월 대만 식품 대기업 퉁이(統一)의 음료 브랜드 셴청둬(鮮橙多) 소속 ‘최고 예쁨 담당자’로 임명되며 업계 안팎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일반 기업에는 ‘최고 예쁨 담당자’라는 직책도 없을뿐더러 남성에게 ‘예쁨 담당’이라는 약간은 생소한 수식이 붙어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상큼한 과일 음료를 주로 판매하는 셴청둬는 그 동안 생기 넘치고 예쁜 이미지의 모델을 발탁해왔다.
브랜드 관계자는 ‘최고 예쁨 담당자’ 임명의 배경에 대해 “송중기의 밝은 미소년 이미지가 셴청둬와 딱 들어맞는다”고 설명하며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했다. 실제로 송중기는 중국에서 ‘잘생쁨(잘생기면서 예쁜)’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상태다.
배우 송중기가 지난 5월 대만 식품 대기업 퉁이의 '최고 예쁨 담당자'로 발탁되며 사원증도 발급 받았다. <사진=바이두> |
중국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국민 MC 허중(何炅)은 지난해 12월 알리바바 알리뮤직의 최고콘텐츠책임자(CCO)에 발탁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최고콘텐츠책임자는 콘텐츠와 관련한 전략 수립, 마케팅, 투자 등 다양한 사안을 책임지는 자리이기 때문에 대개 엔터 미디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 맡는 직무다.
허중은 국민 MC답게 중국판 나는 가수다, ‘중국최강음’, ‘음악풍운방’, ‘콰이러난성’, ‘차오지뉘성’ 등 다양한 음악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나름대로 음악 분야 지식을 쌓아왔다. 하지만 본업도 있는 데다 해당 직무를 수월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고위 임원 발탁은 알리뮤직 홍보의 목적이 더 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월에는 중국 톱배우 판빙빙(範冰冰)과 훈남 탁구 국가대표 장지커(張繼科)가 라이브 동영상 플랫폼 화자오즈보(花椒直播)의 ‘최고경험책임자(CXO)’와 ‘최고제품책임자(CPO)’로 각각 임명되며 엄청난 홍보 효과를 일으켰다.
판빙빙이 맡은 최고경험책임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 뒤 해결책을 제시하는 직무다. 실제로 판빙빙은 이따금씩 화자오즈보에서 1인 생방송을 하는데, 그때마다 엄청난 규모의 시청자가 몰려든다. 판빙빙이 행사장에서 단 20분간 진행한 생방송에는 약 700만명의 유저가 몰리기도 했다.
안젤라베이비의 경우 실제 직무를 수행한 케이스다. 지난해 4월 카메라 자체 보정 기능으로 유명한 메이투폰(美圖手機)의 ‘최고 얼굴 담당자’로 임명된 안젤라베이비는 해당 브랜드의 신제품 디자인에도 참여했다.
국민여신의 까다로운 심미안을 믿은 중국 소비자들은 ‘얼짱 스마트폰’ 메이투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메이투폰은 그 해(2015년)에 전년보다 40% 늘어난 약 39만대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었다.
이 밖에 저우제룬(周傑倫), 양양(楊洋), 자오리잉(趙麗穎), 황샤오밍(黃曉明), 자나이량(賈乃亮), 덩차오(鄧超)를 비롯한 수많은 중화권 톱스타들도 최고크리에이티브책임자(CCO), 최고이벤트책임자 등 다양한 임원 자리를 꿰차며 기업(브랜드) 마케팅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이중 부드러운 이미지의 훈남 배우 양양은 샴푸 브랜드 Rejoice(飄柔)의 ‘최고 비단결 책임자’로 발탁됐는데, 네티즌들은 해당 브랜드의 직책 작명 센스에 감탄하며 찬사를 쏟아냈다.
부드러운 이미지의 배우 양양은 한 샴푸 브랜드의 '최고 비단결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바이두> |
중국 기업들이 앞다투어 연예인을 임원으로 발탁하는 것은 원래 연예인 주주로부터 비롯된 현상이다. 연예인이 기업의 주주로 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가 상승해 한때 중국 자본시장에선 ‘스타 주주’가 핫 키워드로 떠올랐었다.
하지만 이후 증권당국의 규제로 연예인 주주 참여가 여의치 않게 되자 기업들은 연예인들을 다양한 임원직에 앉혀 갖가지 명목으로 고액의 연봉 및 스톡옵션 등을 제공해 회사에 묶어두게 됐다.
게다가 ‘신광고법’ 실시 이후 연예인 광고 규제가 강화돼 기업의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어서 연예인 임원 임명이라는 방식을 통해 리스크는 낮추고 광고 효과는 극대화하려는 속셈도 있다.
현지 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 또한 기업으로부터 그럴싸한 직함을 부여 받아 또 다른 진로 모색의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연 기자 (dela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