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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의 부활…'최순실 사태' 촉발한 이대 대자보

기사입력 : 2016년11월08일 10:29

최종수정 : 2016년11월08일 10:29

대학생들 "진정성있는 분노 표출의 통로"
익명대자보·SNS대자보 등 시대 반영한 새로운 형태도 출현

[뉴스핌=이보람 성상우 조세훈 오찬미 기자] "박근혜는 퇴진해야만 한다!" 7일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서울 노고산동 서강대학교 캠퍼스 한 건물에 붙어있는 '대자보'다. 같은 날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정문 앞 게사판에도 학사 일정이나 교내 행사가 아닌 대자보가 빽빽하게 붙어있다. 이는 모두 '최순실 국정농단'에 대해 대학생들이 자필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분노의 표출'이다.

7일 서울 명륜동 성균관대학교 정문 게시판에 학생들이 작성한 대자보가 부착돼 있다. <사진=조세훈 기자>

◆1980년대 독재 정권 비판 창구…'최순실 사태'까지

대자보의 역사는 지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학생들은 군부 독재를 비판하고 정부의 언론 탄압 등에 맞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 위해 학내에 대자보를 붙였다. 그리고 2010년 다시 대자보의 역사가 시작됐다.

당시 고려대 재학생이던 김예슬씨는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는 제목의 대자보를 교내에 붙였다. 대학이 취업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겨지는 현재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린 대자보는 여러 대학으로 확산됐다. 이후 대자보는 우리나라의 여러 사회 문제 등을 지적하며 대학생들의 의견을 표출하는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최순실 사태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 캠퍼스에는 지난달 20일 '어디에선가 말을 타고 있을 너에게'로 시작하는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는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대학에서 받은 특혜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를 시작으로 이대에는 '정 씨가 출석을 하지 않고도 높은 학점을 받았다'는 등 여러 의혹을 다룬 대자보들이 곳곳에 나붙으면서 교육부의 이대 감사 등을 촉발한 계기 중 하나가 됐다.

이처럼 대학생들은 대자보를 분노 표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김상호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대학생들이 취업이나 현재 정국 등 정치적으로 쌓인 게 많다"며 "이대 문제를 계기로 학생들이 대자보를 통해 많은 목소리를 내고 있고 이같은 흐름도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은 이밖에 고(故) 백남기 농민 부검 반대, 국정교과서 반대, 파업지지 등의 내용을 담은 여러 대자보를 게시하며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제목이나 디자인을 담은 대자보를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에게 읽힐 수 있는 소구력 높은 대자보를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른 통로가 아니라 대자보를 통해 소통하는 이유는 진정성 있는 전달을 위해서다.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에 재학 중인 박상현(남·21세)씨는 "사회연결망서비스(SNS)나 카드뉴스 등 본인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는 통로는 그 어느 때보다 발달했지만 막상 진지한 의견을 전달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며 "대자보를 쓰면 이슈에 대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통해 다른 사람들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역시 "대자보는 의견표출의 공식적 경로가 막혔을 때 쓰는 수단"이라며 "지인들끼리만 의견을 나누는 SNS와 달리 대자보는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특히 "기록으로 남는 대자보는 현재의 정신을 잃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글을 읽는 불특정 다수에게 동참하라는 권유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익명대자보 등 새로운 형식 출현…"불이익 우려, SNS익숙 등 세대 특성 작용"

최근 대학생들이 작성하는 대자보는 과거와는 다소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인적정보를 알리지 않을 수 있는 익명대자보나 온라인 대자보 등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실명 대자보가 향후 취업이나 자신의 진로 등과 관련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SNS 등 새로운 매체에 익숙한 대학생들의 자연스런 현상으로 풀이된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상연(남)씨는 "대자보를 쓴다고 해서 불이익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며 "최근 총장의 학내 사찰 문건을 보니 제 이름이 있었다. 학교에서 누가 자보를 쓰는지 감시하고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수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연구원은 "익명으로 쓴 대자보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 혹은 어떤 정권인지와 상관없이 SNS나 온라인에 익숙한 세대의 자유로운 표현 욕구가 노출된 것"이라며 "이런 문화는 앞으로 점점 더 발달할 것"이라고 풀이했다.

 

[뉴스핌 Newspim] 이보람 기자 (brlee19@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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