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반기문-친박 총리'…이원집정부제 선호
야당, 개헌 정국 부담…제3지대론 힘 받나
[뉴스핌=김나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전격적인 헌법 개정 제안은 제19대 대통령선거를 14개월 앞둔 정치권 대선구도의 판 흔들기를 예고하고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개헌 방안으로 4년 중임제, 이원집정부제(분권형 대통령제), 의원내각제 등이 거론되고 있다. 또 개헌의 범위를 권력구조 개편에만 맞출 것인지 경제·사회·문화 등 전반에 걸쳐 '1987년 체제 뜯어고치기'에 나서야 할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박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우선 내년 대선 구도를 근본부터 흔들 개연성이 크다. 대권주자들은 개헌에 대한 찬반,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편 방안, 개헌의 범위 등 핵심 쟁점을 둘러싼 논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 또 개헌 입장에 따라 대선 구도뿐 아니라 정치 지형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퇴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취임 이후 4년 연속 직접 시정연설을 한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우선 여권에서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정치적 보폭이 넓어졌다. 새누리당 주류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거론되던 이원집정부식 권력 분점 시나리오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반 총장은 외교와 안보 등은 대통령이 맡고, 친박계 실세가 총리로 내각을 담당하게 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야권에서도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지지하고 있다. 비문(비문재인)의 김부겸 의원부터 원혜영 의원 등이 지지한다. 또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와 천정배 전 공동대표 역시 지지세력이며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또 야당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헌 정국이 부담스럽다. 이제 대통령이 앞장서 개헌 정국을 이끈다면 야당과 야권 대선주자들은 따라가야 하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야당 입장에서는 개헌 카드를 박 대통령이 먼저 치고 나간 셈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개헌 제안을 ‘권력형 비리’를 덮으려는 의심을 제기했지만, 개헌에 대한 입장을 피력해온 만큼 개헌 자체를 반대하지 못하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정치권에서 힘을 받고 있던 '제3지대론'도 대선구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현재 정당별로 일치된 목소리가 나오지도 않고 있다. 개헌을 고리로 한 제3지대가 탄력받을 가능성도 있다. 여권에선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이재오 전 의원, 야권의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이다.
대선주자와 그 지지 세력이 개헌을 매개로 제3지대에서 손을 맞잡을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김종인 전 대표는 그동안 내각제를 밝혀온 만큼 제3지대에서는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대표의 이원집정부제를 지지하는 공통된 생각이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개헌을 계기로 친박계는 반 총장과 힘을 합쳐 사실상 정권연장을 노릴 수 있고, 반대쪽에서는 제3지대에서 여야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준 셈"이라며 "어느 쪽으로 가든 제3지대는 계산에 의해 연합여부 결정할 것이다"고 밝혔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대선 구도의 판을 흔들고 있다"며 "제3지대가 대선구도를 흔들기까지는 모르겠으나 재편의 동력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대권주자들의 셈법이 복잡해자 이를 두고 정치적 악용을 경계하는 시각도 나온다. 현재 정치적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이 개헌을 시작하게 되면 헌법이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양 교수는 "헌법은 나라의 기초이고 말 그대로 백년대계여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대통령 부터 시작해 대권 관련주자들은 모두 빠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어 "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국민 여론을 듣고 논의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