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유가 하락으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달러 표시 국채 발행이 성황을 이뤘다. 예상보다 수요가 몰리면서 발행 규모는 신흥국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은 사우디가 175억 달러(약 19조6525억 원) 규모의 달러채 발행한다고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는 올해 초 아르헨티나가 발행한 국채 165억 달러를 넘어서는 것으로 신흥국 사상 최대 규모다.
수요가 670억 달러나 몰리면서 사우디 정부는 당초 계획상 100억~150억 달러였던 발행 규모를 늘렸다.
<사진=블룸버그> |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발행된 사우디 국채 금리는 미 국채에 비해 5년물이 135bp(1bp=0.01%포인트), 10년물이 165bp, 30년물이 210bp 높은 수준이다.
신문은 사우디의 달러 표시 국채 10년물과 사우디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카타르의 같은 만기 국채의 금리 차가 예상치(50bp)보다 적은 44bp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GMSA인베스트먼트의 안젤로 로제토 트레이더는 블룸버그에 "사우디는 미 대선과 기준금리 인상 전 이점을 활용하고 싶었을 것"이라며 "대규모로 발행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분석했다.
2014년 중반 이후 유가가 급락하면서 사우디 경제는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 1월 배럴당 30달러 밑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최근 배럴당 50달러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2년 전 가격의 절반 수준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사우디 경제성장률을 지난해 3.5%보다 낮은 1.2%로 예상한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해 국내총생산의 15%까지 불어난 재정적자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공공지출을 줄이고 국내 은행들을 통해 채권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노력에도 사우디의 재정난이 쉽게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제이슨 터비 중동 전문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지출 삭감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경상수지 적자는 계속해서 큰 규모로 남을 것이며 추가 긴축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긴축의 규모는 유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채권 발행으로 사우디는 카타르, 바레인, 오만, 아부다비 등 다른 석유수출국과 함께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채권시장의 문을 두드린 나라가 됐다.
사우디는 늘어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기업공개(IPO)를 계획하고 있다. 2018년으로 예상되는 아람코의 IPO를 통해 사우디 정부는 수백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