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 터닝포인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석유 가스 업계의 ‘돈맥경화’가 풀리는 조짐이 두드러진다.
연초까지만 해도 투자자들 사이에 외면 당했던 하이일드 채권이 발행을 재개했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훈풍을 내고 있다.
국제 유가 반등에 이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움직임에 투자 심리가 개선된 결과로 파악된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통신> |
이번주 석유 탐사 업체 익스트랙션 오일 앤 가스가 6억3300만달러 규모의 IPO를 성공적으로 실시, 지난 2014년 중반 유가 폭락 이후 최대 규모의 상장 기록을 세웠다.
지난주 잠재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로드쇼에서 뜨거운 관심이 몰렸고, 이 때문에 익스트랙션 오일 앤 가스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증시에 입성했다. 이는 관련 섹터에서 연초 이후 첫 IPO에 해당한다.
투자 심리의 개선이 확인된 데 따라 석유가스 업체의 신규 상장이 연이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상당수의 기업이 IPO를 준비하고 있고, 일부는 연내 계획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관련 섹터의 IPO가 단 한 건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할 때 커다란 기류 변화다.
채권시장도 온기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연초까지만 해도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던 정크등급 석유 탐사 및 생산 업체들이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9월 이후 관련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5건에 달했고, 발행액은 연초 이후 총액 38억달러의 절반을 차지했다.
크레디트 스위스(CS)의 롭 산탄겔로 자금시장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석유업계 투자하려는 대기 자금이 시장 저변에 자리잡고 있다”며 “본격적인 자금 유입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OPEC이 알제리에서 가진 비공식 회담에서 감산 합의를 이루면서 투자 심리가 반전을 이루기 시작했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감산 규모가 제한적이고, 원유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석유 수출국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고, 이는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관련 업계의 펀더멘털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가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에 따르면 에너지 섹터 회사채 수익률은 지난 2월 21%에서 지난주 7.3%로 떨어졌다.
블랙록의 포피 알로비 에너지 펀드 매니저는 “OPEC의 결정으로 석유업계에 터닝포인트가 나타났다”고 판단했다.
S&P500 지수의 석유가스 섹터는 지난 1월 저점에서 62% 뛰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주요 펀드 업계의 포트폴리오에서 관련 종목의 비중이 여전히 낮은 데다 시장 전반에 대한 상대적인 저평가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