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산유량 불확실…감산 수준·미 셰일 증산 '변수'
[뉴스핌=김성수 기자]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제한에 동참해도 실제 원유시장 공급 과잉은 크게 해소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11일 골드만삭스가 주장했다.
이날 CNBC뉴스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에 합의해도 내년까지 원유 시장이 재균형을 이루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1년간 WTI 가격 추이 <사진=블룸버그통신> |
푸틴 대통령은 전날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린 제23차 세계에너지총회(WEC) 연설에서 "러시아는 생산을 제한하는 공동 조처에 동참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다른 석유 수출국들의 동참을 호소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비(非)OPEC 산유국 가운데 원유를 가장 많이 생산한다. 푸틴의 발언에 간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3% 넘게 급등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원유가 완전히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결론 짓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내년 원유 생산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생산량 감축 합의에 대한 기대가 다소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클리퍼데이터의 매트 스미스 원자재 리서치 부문 디렉터는 "다음달 30일 예정된 OPEC 정례회의가 열리기까지 아직 7주나 남았다"며 "러시아와 OPEC이 어떤 합의를 이룰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생산량 감축 소식이 전해지기 전까지는 (러시아도) 그저 '말' 뿐이고 행동은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는 "만약 산유량 합의가 지금보다 많은 수준에서 이뤄질 경우, 유가는 오히려 하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에너지 생산업체들이 산유량 감축에 어떻게 대응할지도 문제다. 감축 소식으로 인해 유가가 상승할 경우 셰일오일 업체들도 생산 재개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원유 생산량 감소분을 상쇄하면서 다시 유가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 리비아·나이지리아·이라크가 생산량을 늘리는 경우도 유가에 영향을 미칠 변수다.
골드만삭스는 "산유량 감축 합의에 실패할 경우 유가는 공급과잉으로 인해 올 4분기에 다시 배럴당 43달러로 급락할 것"이라며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다른 곳에서 이를 상쇄시킬 만한 증산이 이뤄진다면 유가는 내년에 52.5달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