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영업사원, "파업 탓에 고객 이탈 이어져"...르노삼성차는 '반사이익'
[뉴스핌=이성웅 기자] 자동차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용어 중에 '고객 충성도'라는 말이 있다. 소비자가 꾸준히 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파업과 장기간에 걸친 임금단체협상, 내수차별 논란 등 최근 자동차 업계의 각종 악재는 영업 현장에서 고객 충성도를 바꿔놓고 있었다.
완연한 가을 날씨에 접어든 14일,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 위치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영업소를 찾았다.
가장 처음 찾은 기아자동차 영업소에선 영업현장에서만 30년을 살아온 한 영업사원의 푸념을 들을 수 있었다.
기아차의 파업에 따른 소비자 반응이 어떻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현대·기아차 망해야 해!"라며 다소 감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이윽고 이어진 설명에서 그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는 "통상 우리가 소비자에게 차량을 인도하기까지 대략 이틀이 걸렸는데 이젠 열흘이 넘게 걸리고 있다"라며 "생산현장의 문제인데 결국 고객 불만은 우리가 다 듣고, 심하면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생긴다"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기아차 노조는 현대자동차 노조와 함께 지난 7월부터 부분파업을 시작해 현재까지 20여차례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2일 잠정합의안 도출에 성공한 현대차 노사와 달리 기아차 노사는 여전히 통상임금 확대와 상여금 등에 합의점을 못 찾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찾은 기아자동차 대리점(위쪽)과 르노삼성자동차 대리점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사진=이성웅 기자> |
이날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투표를 실시하는 현대차의 영업현장도 분위기가 안 좋긴 마찬가지였다.
강남지역의 한 현대차 영업사원도 "앞서 파업이 장기화되고 울산공장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수령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자 도중에 이탈해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고객이 발생되고 있다"라며 "최근에 출시해 재고가 부족한 모델들이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지난 7월 제네시스 브랜드의 'G80'에 이어 9월에는 '신형 i30'를 출시했다. 10월 중에는 'G80 스포츠'를, 11월에는 '신형 그랜저(IG)'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영업사원들의 말은 실제 판매량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노조의 파업이 이어졌던 지난 3분기, 현대·기아차의 누적 내수판매량은 현대차가 13만1539대, 기아차가 11만9710대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9.3%, 12.7% 감소했다. 물론, 여름휴가와 추석 연휴로 인한 근무일수 축소도 원인이다.
그래도 그는 "어려웠던 3분기에 비해 4분기는 신차들로 희망적으로 본다"라며 "G80 스포츠와 신형 그랜저 등에 대한 소비자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르노삼성자동차 대리점에서는 오히려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르노삼성차 대리점 직원은 "현대·기아차에 실망감을 느낀 고객들이 넘어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신차효과를 보고 있는 'SM6'와 'QM6' 는 물론, '코리아 세일 페스타' 특별 판매조건 덕에 ‘QM3’도 반짝 인기를 얻었다"라고 밝혔다.
지난 13일 한 차례의 노사 분규도 없이 올해 임단협을 종료한 르노삼성차의 지난 3분기 국내 판매량은 2만4287대로 전년 동기 대비 24.5% 성장했다.
그는 다만, "강남지역의 특성상 첫 차를 수입차로 선택하는 젊은 세대들이 늘고 있고, 국내 경쟁 브랜드도 상품성 좋은 차를 선보이고 있다"라며 "판매량은 늘었지만 영업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성웅 기자 (lee.seongwoong@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