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 인수 후 2조원 투입" 이동걸 "오너 의지 부족"
해외 법인 인력 이탈 가속화..노조는 해상시위 전개
[뉴스핌=조인영 기자] 사과는 있었지만 책임자는 없었다. 4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사태를 놓고 설전을 벌였지만 책임공방을 벌였지만 답은 없었다.
이 와중에 법정관리로 영업망이 마비되면서 해외법인 인력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한진해운 노조는 회사 대신 자체적인 성금 마련과 함께 정부가 나서기를 촉구하는 해상시위를 진행중이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산업은행, IBK기업은행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5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전일 열린 정무위원회 산업은행·기업은행 국감 증인으로 참석해 여야 의원으로부터 한진해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관련 질문공세를 받았다.
이날 의원들은 ▲한진해운 자구노력 ▲법정관리 책임 ▲물류대란 인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법정관리와 물류대란 사태에 국민과 의원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책임론을 추궁하자 "법정관리를 막기 위해 2014년 한진 인수 후 2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며 적극 항변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조 회장의 의지 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을 현대상선과 비교하며 "내 팔 하나 자르겠다는 결단이 없었다"며 "이런 경우 누가 빌려주겠느냐"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2014년 한진해운 인수 후 2조원의 유동성 자금을 투입해 부채비율을 1400%에서 800%로 낮췄다"며 "회사 회생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또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현대상선 이상의 노력을 했다"며 "외국선사들은 정부로부터 수 십조원을 지원받아 물량 공세와 출혈 경쟁을 벌이는 데 대응하기란 한계가 있다"고 반박했다.
물류대란 사전 예측을 두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은 "한진해운이 화물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물류대란을 키웠다"고 거론했다.
이동걸 회장도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전 현대상선 CFO, 한진해운 CEO를 3차례 불러 물류대란 가능성이 높으니 컨틴전시 플랜을 만들자고 했다"며 "첫날은 한진해운 CEO가 오케이를 하고 돌아갔지만 둘째날 회의인 8월 10일부터 배임의 문제가 있다며 입장을 바꿨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의 비협조로 성사가 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조 회장은 "자율협약 기간 중 법정관리 들어가면 물류대란이 올 수 있다는 점을 채권단에 전달했지만 정부 설득에 실패했다"며 "법정관리로 간 것은 억울하지 않고 정부는 나름의 정책 기준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특히 석태수 사장은 "화물과 운송정보에 대해 법정관리 전 요청받은 바 없다"며 "법정관리 후 (산업은행으로부터) 정보 요청이 있어 갔다"고 밝혔다. 이어 물류대란 사태가 올 것이라는 것과 관련해 산은과의 사전 소통을 묻는 질문엔 "없었다"고 일축했다.
추가 지원을 묻는 질문에 조 회장은 "개인 재산의 20%에 달하는 금액(400억원)을 내놓았다"며 "법정관리 들어간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추가 지원을) 할 수 없고 다만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되면 검토할 수 있다"며 추가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경영은 누가 하든간에 해운업은 살려야 한다"며 "한국 수출물량 90% 이상을 해운업에 의존하는 이상 해운업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 물류산업에 대한 사견"이라고 호소했다.
산은과 한진그룹간 장시간 설전이 이어졌지만 회생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전무했다.
조 회장은 배임 등 법률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며 선을 그었고, 채권단을 비롯한 산은 역시 추가 지원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 관계기관인 해수부도 대체선박 투입과 선원 생필품 지원, 현황 파악 등 소극적 역할에 그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한진해운 직원들이 나서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성금모금 및 해상시위를 전개중이다. 한진해운 해상연합노동조합은 전날 경남 통영 욕지도 근방에서 해상시위를 벌였다.
선원들은 갑판에 서서 '고용원 보장하라' '정부는 한진해운 지원하라' 등이 적힌 팻말을 들고 정부 지원과 고용 보장을 촉구했다.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해운에 무지한 정책당국자들의 의사 행위와 한진해운 대주주의 책임회피로 한국 해운업이 위기를 맞았다"며 "한진해운 회생을 위한 정부 지원과 선원 고용권 보장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진해운 주요 해외법인들은 법정관리 이후 영업중단, 업무량 감소 등을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중이다. 한진해운이 보유한 24개 해외법인 중 중국법인은 직원 600여명 중 30%가 회사를 떠났고, 추가 인력 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4일 기준 운항에 차질을 겪고 있는 한진해운 선박은 17척이며, 하역을 완료한 선박은 101척이다. 벨기에를 비롯해 네덜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등엔 스테이오더 결정을 기다리고 있거나 신청할 예정이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