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하면 큰 위기 올 것"…범용소재→첨단소재 전환 유도
[세종=뉴스핌 최영수 기자] 철강·석유화학 등 공급과잉 업종에 대한 정부의 구조조정 밑그림이 드디어 마련됐다.
후판이나 강관, 테레프탈산(TPA) 등 공급과잉이 심한 품목은 업계 자발적인 설비감축이나 사업재편을 적극 유도하고, 경쟁력이 있는 품목도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첨단소재 개발을 촉구할 방침이다.
정부는 30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5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철강·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 6월 '제1차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업계 자율로 컨설팅을 추진하고, 그 결과를 참조해 산업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업계에서는 철강협회와 석유화학협회를 중심으로 각각 보스톤컨설팅그룹(BCG)과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에 의뢰해 세달 가까이 컨설팅을 진행하고 글로벌 수급전망과 주요 품목별 경쟁력을 진단했다.
이를 반영한 정부의 경쟁력 강화 방안은 공급과잉 품목에 대한 설비를 대폭 감축하고 첨단·고부가가치 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 후판·강관 설비 감축하고 첨단소재로 전환해야
우선 철강산업은 후판과 강관의 대폭적인 설비 감축을 요구했다. 특히 후판은 조선 등 수요산업이 더디게 회복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후판설비 감축 또는 매각하거나 후판사업 분할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 현재 생산능력 1459만톤에서 업계 스스로 감축방안을 마련해 적정수준으로 조정할 것으로 제시했다.
강관은 경쟁열위의 중소 사업자가 130여개사가 난립하고 있고, 북미 에너지 개발 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활법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강관업체 중심으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또 아직 경쟁력이 있는 품목은 수출 및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판재류는 가격·품질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차량 경량화와 대체소재 등장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기존 업체간 M&A와 신규 투자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고, 타이타늄과 알루미늄 등 초경량소재 개발에 주력할 것을 촉구했다.
정부도 방산기업과 자동차 등 수요기업과 철강기업, 대학, 연구소가 참여하는 융합얼라이언스를 구축해 국가 R&D로 추진할 계획이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후판 경기가 괜찮다는 것은 현재 상황이고 (선박수주 재고가 바닥나는) 내년 중반 이후에는 버티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업계 스스로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 TPA·PS 설비 감축하고 R&D 비율 5%로 높여야
석유화학 산업은 우리나라가 납사분해설비(NCC)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이나 미국, 중국의 가스·석탄 기반 설비에 비해 원가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효율성을 보다 높여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공급과잉이 심각한 TPA와 폴리스티렌(PS) 품목은 대폭적인 설비 감축을 유도하고 선제적인 사업재편이 이뤄지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또 합성고무와 PVC는 추가 증설 없이 고부가 제품으로 전환을 유도할 예정이다.
삼남석유화학 여수 TPA공장 <사진=삼남석유화학> |
더불어 3대 핵심기술 기술에 정부 R&D 투자를 확대해 현재 2% 수준에서 오는 2025년 선진국 수준인 5%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밖에 대산지역에 석유화학과 정밀화학업체가 집적화된 특화단지를 개발하고 대·중소기업 화학연구소 집적단지를 조성해 경쟁력을 높일 방침이다.
정부는 미래 고부가가치 분야에 대해 R&D, 인력양성, 금융·세제 지원 등을 통해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지원한다.
도 실장은 "석유화학 업황이 괜찮다는 것은 저유가 상황에서 해당되는 것"이라며 "국제유가가 70달러 수준으로 올라가면 석유화학도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제조업 평균 (매출액 대비) R&D 비율은 3.6%인데 석유화학은 1.9% 수준"이라며 "양적인 생산에서 첨단 제품 중심의 질적인 생산체제로 변화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뉴스핌 Newspim] 최영수 기자 (drea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