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3개 사업 모두 해당.."악전고투 철강업에 독침 놓는 꼴"
[뉴스핌 = 전민준 기자] 정부 등에 떠밀려 사업 재편을 추진해야 하는 철강업계에 구조조정 가이드라인이 제시됐다. 철강업종 구조조정 컨설팅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약 4개월 간 용역작업을 마치고, 지난 28일 최종보고서를 정부‧업계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는 후판‧강관‧봉형강 등 3개 품목의 생산 감축에 대한 이를 그대로 시행할 경우 현대제철은 3개 이상의 공장을 폐쇄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정부는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2차 산업 재편방안을 오는 30일 발표할 예정인데, 철강업계는 이를 지침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구조조정을 마칠 계획이다. 그러나 철강업계에서는 그 과정 중 적잖은 파열음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한국철강협회는 지난 28일 후판 설비를 추가 감축하고, 강관업체의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BCG의 보고서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는 봉형강‧철근은 업체 자발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냉연강판은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하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그러나 실제 업계에 전달된 ‘완성본’에는 보도자료와 달리, 구체적인 수치‧기업명도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BCG는 우선 후판 생산 공장을 3개 이상 폐쇄해, 연간 400~500만t을 감축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후판은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이 각각 4개·2개·1개 공장에 연산 약 700만·350만·150만t의 생산설비를 갖춰 총 1200만t의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920만t이었던 후판 수요는 조선업 불황으로 2020년 700만t으로 감소할 예상되는 가운데,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구매까지 증가하면서 국내 설비 가동률은 점차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포스코, 현대제철의 후판라인 가동률은 약 70%로, 양사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5%p 하락했다. 동국제강이 약 93%로 높은 것은, 제1‧2공장을 폐쇄하는 등 자발적으로 생산라인을 절반가량 줄였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후판공장을 타겟으로 폐쇄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과거엔 후판이 효자였지만, 지금은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인 애물단지가 됐기 때문에 폐쇄를 서두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BCG는 강관(파이프) 경우 가격경쟁 심화로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실적개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 간 통폐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강관 대표기업인 세아제강도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저조한 매출을 기록하는 등 부진한 실적을 거듭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자금유동성이 떨어지는 중소 강관사 경우 경영환경이 더 어려울 것으로 판단, 아주베스틸이나 스틸플라워 등 부실기업들의 우량자산에 대한 매각‧매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아울러, 수익 위주의 사업을 강조하는 현대제철이 울산공장 파이프 설비를 일부 매각할 가능성도 점친다. 실제 올 상반기 현대제철은 저수익 품목으로 전락한 스테인리스파이프 설비를 매각한 바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재작년 유가하락으로 수출이 막히면서 위기가 시작됐다"며 "기활법 등을 활용해 인수합병을 추진하는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철근은 스케일 기반의 수익성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와 관련 철강협회 관계자는 "각자 생산라인을 감축해 규모를 줄이라는 이야기다"고 설명했다. 즉, 중간보고서에 언급됐던 것처럼 지역별 공장 통합과 관련된 내용은 빠졌지만, 설비 폐쇄는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철근시장은 매년 1000만t을 밑돌고 있는 가운데, 단가 하락‧수입산 철근 증가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또한 악화되어 왔다.
현대제철이 340만t, 동국제강이 256만t, 대한제강과 YK스틸이 각각 100만t 규모의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으며, 대기업 위주로 라인 폐쇄가 진행될 확률이 높다는 게 철강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현재 생산체제라면 과잉상태가 아닌, 수요와 공급이 적절한 상태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BCG는 냉연강판 경우 미래소재 개발 및 수출기반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포스코‧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고부가 소재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데, 사업 재편안에 따라 보다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번 보고서 등과 관련해 대부분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후판 공장 3개가 폐쇄되면 1000여 명에 달하는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이 실직할 수 있다. 강관이나 철근 또한 시황침체에 따른 부진을 오로지 개별기업 탓으로만 돌리는 무책임한 판단이라고 지적한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개별기업들은 끊임없이 노력해 왔다"며 "존폐위기에 놓여 있는 철강기업들에 오히려 독침을 놓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