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성 없는 보고서에 '분통'
사업 재편 과정 중 '진통' 예상
[뉴스핌 = 전민준 기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해운업에 이어 석유화학‧철강‧조선 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임박했다. 정부는 외국계 컨설팅기업이 작성한 보고서를 토대로 오는 30일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해운이 금융권 중심이었던 데 반해 화학‧철강‧조선은 정부 주도라는 차이점이 있다.
하지만 현실성 떨어지는 방안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파열음이 예상된다는 공통점은 존재한다.
◆ 석유화학·철강, 설비감축·고부가가치화 '핵심'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철강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 용역작업을 각각 맡은 베인앤컴퍼니‧보스턴컨설팅그룹은 지난 28일, 생산 감축‧기업 인수합병(M&A) 등의 내용이 담긴 컨설팅 보고서를 공개했다.
석유화학 업종은 당장 줄여야 할 품목과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품목으로 나누면서, 테레프탈산(TPA)‧폴리스티렌(PS)은 생산을 줄이고 합성고무(BR‧SBR)와 폴리염화비닐(PVC)는 증설 없이 고부가화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TPA는 폴리에스터 섬유나 페트병 등의 원료로 사용되는 석유화학 제품이다. 지난 2011년 44억 달러 어치가 수출되면서 석유화학업계의 효자노릇을 했지만 작년에는 14억 달러 수출에 그쳤다. 한국산 TPA 수입비중이 절대적이었던 중국이 자급을 하게 되면서 수출이 있으나 마나한 결과가 된 것이다.
PS생산은 미미하지만 TPA와 마찬가지로 내수물량을 초과하는 수출용 생산이 이뤄지고 있어 설비 감축이 필요하다는 게 베인앤컴퍼니의 진단 결과다.
석유화학업계는 보고서 내용을 골자로 내년 상반기까지 사업재편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자체적으로 생산량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투자한 품목"이라면서 "여기서 더 줄이면 수입산 제품에 안방을 내주는 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철강 업종은 후판 설비를 추가 감축하고, 강관업체의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또한 냉연강판은 미래소재 개발 및 수출기반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봉형강‧철근은 스케일 기반의 수익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도 담았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결국 생산라인을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며 "구조조정 추진 과정 중 노조 측과 마찰도 예상되는 등 상당한 진통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공개된 중간보고서에서 BCG는 세계 조선경기 침체로 국내 후판 소비량이 지난해 920만t에서 2020년까지 700만t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근거로, 연내 후판공장 1개를 폐쇄하고 단계적으로 2개의 공장을 더 없애야한다는 주장이 담겨 업계의 불만을 샀다.
BCG가 공개한 보고서에는 '생산 조정'으로 다소 완화해 표현했지만, 업계에 공유된 완성본에는 구체적 수치가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석유화학협회와 철강협회는 지난 4월 석유화학‧철강이 각각 경기민감 업종으로 지정되고 대내외에서 과잉공급 우려가 계속 제기되면서 제3자의 시각에서 진단한다는 명목 하, 해외 컨설팅기업에 연구용역 작업을 의뢰했다. 하지만 보고서 작성 과정 중 대기업 위주로 구성된 민간협의회‧산업통상자원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 조선업, 업계 이견·거센 반발 예상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은 내달 중 마련될 예정이다. 조선업종 컨설팅을 한 맥킨지가 아직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컨설팅을 의뢰한 조선해양플랜트협회, 업계 내 주요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다 보니 결과 도출이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맥킨지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순으로 경쟁력이 강하다고 잠정 결론 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조선업계 관계자는 "개별기업들의 자구계획 등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업체별 경쟁력도 명확하게 진단하지 않아 업체들의 큰 반발이 벌써부터 예상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조선업체들의 현황과 경쟁력 등을 분석해 산업재편 방향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맥킨지에 용역작업을 의뢰했다. 그러나 이미 조선사들이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한 상황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돼 왔다.
[뉴스핌 Newspim] 전민준 기자(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