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박17일간 유럽 각지 돌며 '반삼성' 외유…현대중공업 데자뷰
[뉴스핌=황세준 기자] 삼성 노조를 표방한 이들이 대규로 해외에 나가 '삼성 흠집내기' 나설 예정이어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일반노조는 오는 12월 2일부터 18일까지 16박 17일간 유럽 각지를 돌며 삼성 규탄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 계열사 및 하청업체 해고자 등으로 구성된 지역단위 노조다. 일반 노조는 이름에서 알수 있듯이 지역 내 기업ㆍ업종ㆍ고용을 불문하고 모든 노동자를 가입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조라기보다는 외부 사회운동 단체 성격이 강하다. 실제 이들은 삼성이라는 이름을 내세우고 있지만 삼성 어느 계열사에 대한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삼성일반노조의 이번 유럽 순회는 조합원 20여명이 프랑스,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독일, 룩셈부르크 등을 돌며 삼성 공장과 매장 앞에서 1인 시위, 진보노동단체 간담회, 의회 방문 등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 '반삼성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가 새겨진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들은 유럽 투쟁 선포문을 통해 "유럽은 인권·노동권을 중요시하는 만큼 삼성의 반노동 반인권적인 무노조 경영, 비정규직 문제와 산업재해 문제가 큰 이슈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삼성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든지 유럽시장을 포기하든지 양자택일을 할 수 밖에 없도록 국제적인 압박을 넣는 것이 이번 순회투쟁의 목표"라고 밝혔다.
아울러 "반삼성 순회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유럽 노동자와 노동단체, 시민사회단체와의 교류를 넓히고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계는 삼성일반노조의 이같은 활동에 대반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들이 정식 기업노조가 아닌만큼 근로자 문제해결보다는 다른 정치적인 목적을 갖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성은 다음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을 삼성전자 등기임원에 선임하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 결정에 참여할 뿐 아니라 결정된 사안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도 진다.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으면 이를 공시해야 하는 의무도 지닌다.
곧, 이 부회장이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대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신뢰를 주는 효과가 있다. 해외 기관을 비롯한 투자자들은 그동안 오너가 아닌 등기이사로서의 책임경영을 요구해 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글로벌 기업으로서 삼성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상황인데 정식 노조도 아닌 사람들이 이미지 깎아내리기에 나서려는 속내가 궁금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등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이재용 부히장의 전략적 의사결정이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지고 있는 시기"라고 분석했다.
재계는 지난해 9월 벌어졌던 현대중공업 노조의 정몽준 깍아내리기 투쟁이 비난받았던 상황과 유사하다고 보고 있다.
당시 현대중공업 노조는 비상경영 중인 사측과의 임금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자 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의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반대 스위스 원정투쟁에 나서기로 했는데, 비행기까지 타고 날아가 나라 망신을 시키려는 것이냐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 회장이 FIFA 회장 출마를 못하게 되면서 스위스 투쟁계획은 취소됐지만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노조가 대외 이미지를 깎아내려 경영 회복을 지연시켜서는 안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은 현재 주력사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키워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주력사업은 과감없이 매각 등을 통해 정리하는 체질개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계열사별로 비상경영 이슈도 많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 노트7 배터리 리콜을 통해 시장 신뢰 회복하고 애플, 화웨이 등 스마트폰 업체들간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11월 유상증자가 현안 과제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국내 증시 상장을 앞두고 있다. 12월께는 사장단 인사에 이어 임원 인사 시즌이다.
이밖에 삼성일반노조가 이번 유럽 순회를 계획하면서 참가비 외 2000만원을 별도로 후원금 모집키로 한 점에서 일종의 외유성 행사가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도 있다.
삼성일반노조는 삼성에 맞서 투쟁하며 힘든 삶을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고자 후원금을 모집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뉴스핌 Newspim] 황세준 기자 (hsj@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