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독일의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가 위험한 주택담보부증권(MBS)을 안전한 것처럼 판매한 혐의로 미국 법무부로부터 140억 달러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럽 은행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16일(현지시각) 유럽 증시에서 은행 업종은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이슈의 중심에 선 도이체방크는 8% 넘게 급락했고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와 바클레이스의 주가도 각각 4.43%, 2.83%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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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증시가 이날 도이체방크 벌금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미 법무부가 부과한 벌금 규모가 예상보다 훨씬 컸고, 다른 유럽권 은행들도 벌금 부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은행들이 벌금을 감당하기 위해 추가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퍼리스의 조셉 딕커슨 애널리스트는 "벌금액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며 "RBS와 바클레이스도 20억 달러, 11억 달러의 벌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MBS 판매와 관련해 현재까지 가장 큰 규모의 벌금을 부과받은 것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다. BOA는 지난 2014년 170억 달러의 벌금을 냈다.
도이체방크는 일단 140억 달러의 벌금은 과하다는 입장이다. 성명에서 도이체방크는 "이 수준의 벌금을 받아들 의사가 없다"며 "협상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실제로 낮은 벌금에 합의한 다른 은행들과 비슷한 결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법무부와 51억 달러에 최종 합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이체방크의 벌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애틀란틱 이쿼티스의 크리스 휠러 애널리스트는 "벌금이 매우 커 보이지만 이것은 협상 출발점일 뿐이다"며 "실제 벌금액이 정해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안드레아스 돔케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액수는 너무 과하고 미 법무부가 유럽 기업으로부터 더 많이 원하는 것 같다"며 "도이체방크가 이것에 저항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독일 정부는 은행과 미국 정부의 양자 간 협상이라는 점에서 직접 나서진 않았지만, 벌금이 140억 달러보다 낮아지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독일 재무부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독일 정부는 공평한 처우에 기반한 공정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김민정 특파원 (mj722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