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금융·용선료 협상진전..신규자금 추가확보 빠져
채권단 신규 지원 불가론 고수..법정관리 가능성 높아
[뉴스핌=조인영 기자] 법정관리 위기에 놓인 한진해운의 생사가 30일 채권단협의회에서 결정된다.
한진해운은 용선료와 선박금융 유예 현황을 전하며 채권단의 자금 지원을 막판까지 호소하고 있는 반면 채권단은 신규 지원 불가론을 펼치고 있어 자율협약 중단 위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에서 '제 71-2회 사채권자 집회'가 열리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는 사채 1900억원 만기 3개월 연장안에 대한 사채권자들의 동의를 구한다.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29일 금융권 및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 28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위기에 대한 입장 자료를 내고 해외 금융기관들로부터 선박금융 상환유예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독일 HSH 노르드 방크, 코메르쯔 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불가능하다던 기존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4개사를 비롯해 다른 해외 금융기관 동참 시 총 4700억원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국내 금융기관 6454억원과 더하면 3.5년간 1조1154억원의 선박금융 만기연장이 성사된다.
용선료 협상도 완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던 시스팬이 용선료 조정에 합의하면서 3.5년간 8000억원(상환 유예 및 출자전환)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
한진은 "용선료 8000억원, 선박금융 유예 통한 4700억원 등 총 1조2700억원에 달하는 유동성 조달효과를 보게됐다"며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 같은 절절한 호소가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실제 필요한 부족자금 1조2000억원에서 한진이 마련할 수 있는 것은 40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은 지난주 대한항공의 4000억원 유상증자 참여를 골자로 한 추가 자구안을 제출했다. 당초 자구안에서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 조양호 회장과 그룹 계열사의 1000억원 추가 조달을 포함한 정도다.
결국 한진이 내놓을 수 있는 4000억원을 제한 나머지 8000억원을 채권단이 먼저 지원해야 앞서 언급한 선박금융과 용선료 조정, 채무재조정이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한진에서 얘기한 용선료와 선박금융 현황은 큰 의미가 없다. 결과적으로 부족자금이 줄어드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며 "한진이 요구하는 신규자금 지원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 내일 오후께 채권단협의회에서 결론이 나올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채권단은 산업은행, 하나은행, 농협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6개 은행으로 구성돼있다. 채권비율은 산은이 66.2%로 가장 높고 하나가 12.2%로 두 번째를 차지한다.
산은은 다른 은행들의 동의 여부를 토대로 최종 결론을 낼 전망이다. 지원을 지속키로 결론을 내면 한진해운은 내달 2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와 용선료 협상 및 선박금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돼 사실상 회생을 바라볼 수 있다.
그러나 지원 철회 시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 청산 시 매년 17조원의 손실과 2300여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채권단에서 한진해운 자구안을 받아들여 우선 살린 뒤 현대상선과 합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상선과의 합병 시 100만TEU의 선박 확보가 가능하며, 최대 10%의 원가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조인영 기자 (ciy81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