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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단상] 존재와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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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흔히 보이는 것들로 뫼비우스적, 그 이상의 상상 여행을 하려 한다. 주변의 사물들엔 저마다 독특한 내력이 숨어 있고 어떻게 빚느냐에 따라 보석이 되기도 하고 나침판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출발한 여행의 과정에 어떤 빛깔의 풍경이 나타날지, 그 끝이 어디까지 다다를지 필자 자신도 설레인다. 인문학의 시대라고 하는데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 메타적 성찰 역시 필요한 시점이다. 사물과 풍경, 시대와 인문을 두루 관통하면서 색다르면서도 유익한 여행을 떠나려 한다. 

천원지방 즉 하늘과 땅 사이엔 무수한 일들이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다. 인류의 역사는 하늘과 땅 사이의 광대한 드라마이다. 여기에 하늘과 땅의 기원 즉 우주의 기원까지 아우르게 되면 어마어마한 대서사시가 될 것이다. 과학 역시 그 기록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더 해야 할 것이다.
하늘과 땅 곧 천지의 마음을 품고 태어난 존재가 이 천지에서 삶이 어이없이 끝나기도 한다. 그 존재가 아직 꽃도 피우기 전인 어린이일 수 있다. 꽃의 상당수가 피기도 전에 떨어져 죽는 괴상한 정원. 그런 불명예스럽고 부끄러운 이름을 이 아름다운 지구에 붙여도 우리는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작년에 전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미어지게 하고 눈물을 자아내게 한 사진에 대한 삽화이다. 시리아 난민 꼬마로 조국을 떠나 낯선 땅 유럽으로 가는 배를 가족과 함께 탔다가 터키의 해변가에서 차가운 시체로 발견되었다. 글로 쓰기가 부끄럽고 두렵다. 글이란 것이 자체 소독 기능이 있어 오염된 현실과는 달리 맑은 면이 있는 거지만, 존재에서 주검으로 아무런 죄 없이 추락한 저 아이를 담기엔 누추하고 면목이 없다. 그렇다. 나는 저 아이에 대해 쓰질 못하겠다. 이 글은 저 아이를 둘러싼 잡다한 먼지에 대한 것이다.
왜 존재가 먼지에게 먹혀야 하는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좋은 방향도 많을텐데 왜 하필 그런 방향이 강한가. 온갖 사념과 아픔, 먹먹함이 따를 것이다. 저 질문에 대한 탐구와 추적, 통찰의 과정에.
시리아의 내부 문제가 있을 것이며 그에 개입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있고 세계의 흐름이 있을 것이다. 통시적으로 들어가면 열강인 유럽과 중동과의 관계도 저 사건의 깊은 뿌리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역사 정치적인 면 외에 종교적인 면도 있고 실로 무수한 변수들의 종합이 저 사건을 만들어낸 공범자가 될 것이다. 역사와 현실에 무조건 죄명을 씌우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 잘못 없이 억울하게 당한 저 아이만 놓고 본다면 잘못된 일도 아닐 것이다. 그 모든 변수들이 저 아이로선 실은 아무런 상관도 없고 이제 겨우 세 살이니 알 수도 없다.
세 해까지 피다가 이국의 바닷가에서 툭 떨어진 꽃이 된 저 아이가 시리아에 태어난 것이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다. 국외자인 어른인 내가 가끔 몇 안 되는 정보로만 보아도 시리아는 끔찍하기만 한데 바로 그 현장에서 아무런 자기 방어력이 없는 아이로선 느낄 수만 있다면 삶의 벽이 얼마나 두터울까. 부모로서도 그 벽을 견딜 수 없기에 정든 고향이라도 눈물을 뿌리며 떠나야 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
그것이야말로 만유와 모든 일상들의 자궁이다. 별들을 낳아 기르고 은하수라는 둥우리로도, 부메랑 같은 혜성으로도, 화살같은 별똥별으로도 놀게 한다. 검은 구멍도 만들고 하얀 구멍도 만든다. 암흑 에너지가 새로운 영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만유와 모든 일상들에 도사린 비밀의 키를 지닌 무궁한 미스테리인 이 우주엔 이처럼 물질의 풍성함 뿐만 아니라 생명의 풍부함 역시 존재한다.
지구에만 해도 우리의 지식과 상상을 초월하는 생명들이 엄청날 것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라는 별이 수천 억개 모여 있다는 은하수, 은하수가 또 수천 억개 모여 있다는 우리의 우주. 그것 말고도 또다른 우주들이 우리의 우주 바깥에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고 하니 그것들마저 포함한 광대한 시공 속의 생명의 가능성들은 상상을 불허한다. 종교나 마음의 세계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가능성에까지 열어놓는다면 그 상상 초월의 인드라망이 과연 어떨지 경외스럽기만 하다.
이 찬란한 우주에서 저 아이는 단독자로서 단 하나의 독특하고 유일한 존재로서 태어났다. 당연히 마음껏 살아갈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태어난 곳에서 함께 행복하게 살아야 할 가족 모두가 저주받은 땅인양 떠나게끔 세상은 이루어졌을까. 물론 세상을 천편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세상은 다양성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어떻게든 기획된 구조 역시 존재해 그 틀에 묶이는 점도 크기에 구조적 병폐 역시 존재한다. 시리아가 지구촌의 나라들 중에 최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엇비슷한 비극과 고통의 나라들이 우리가 사는 지구엔 너무도 많다.
정도 문제일뿐 주욱 그래왔으니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며 당연한 것인가. 좋은 구조, 보다 나은 방향을 제시하고 실천하는 것은 그 잡탕의 대하에 대해 그저 콧노래 한 구절 부르는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내 마음 속에 흘러가는 이런 비탄의 노래는 천지와 인간 사이의 지극히 작은 하나의 스토리에 불과할 것이다.
우주는 보다 광활하고 세상은 보다 복잡하고 인간은 보다 다양하고 특이하다. 그러나 인간의 깊이에, 존재 하나하나에 대해 제대로 된 눈을 뜬다면 진귀한 우주보다 저 아이 하나가 더 소중할 수 있다. 우주는 자신의 심오한 신비를 비밀스런 형태로 생명에게 부여한다. 비밀로서 스며든다. 저 아이 자체가 신비를 머금은 우주이다. 그토록 귀중한 존재가 잠깐 피어 있다가 툭 진 것이다.
우리가 터키 해변가에서 바라보는 한 아이는 우주 속에 꽃 한송이처럼 피어있던 아이가 아니다. 그 아이의 여린 감각을 채웠을 시리아 과자의 맛, 올리브, 밥 내음, 어머니의 손길, 아버지의 음성, 형의 약올림, 친척과 친구들의 다정하고 순박한 미소, 태양빛이 피부에 닿을 때의 느낌, 물을 마실 때의 기분, 말을 갓 배울 때의 묘함...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그와 동시에 그것들로 충만한 우주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바닷가에 떠밀려온 이국의 나무 토막 같은 것이다. 트럭에 실려가다가 툭 떨어진 돌덩어리이다. 엄마가 입혀주었을지 모르는 빨간 셔츠에 곤색 바지가 입혀진.

이 글을 읽으며 독자들은 혹 세월호 사건이 떠오를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지 글을 넓히자니 압도감에 치여 쓰지 못하겠다. 우리가 사는 세상. 해외나 국내를 막론하고 이처럼 처참하고 참담한 일들이 일어나는가.
왜? 왜?

생명은 그 어떤 가치보다 결코 낮게 놓여선 안된다. 자명한 일이다. 더군다나 죄가 없는 생명의 경우는 말할 나위가 없다.
우주와 생명.
그 사이에 시스템이 자리할 것이다. 그것을 문명이라고 불러도 좋고 사회, 세계, 사조, 21 세기라고 불러도 좋다.
무와 유 그 모두를 잉태하고 아우르는 우주는 풍요와 위험 그 양극단 모두를 성질로 지니고 있다. 풍요의 방향을 가능한 극대화하고 위험의 방향을 가급적 극소화하여 생명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이 바람직한 시스템일 것이다.
우리를 둘러싼 시스템은 어떤 것일까. 보는 각도에 따라 물론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것이다. 우수한 문화나 체제를 지닌 나라들도 있다. 그러나 저 시리아 난민 꼬마나 세월호에 희생된 앳된 학생들, 지구촌의 무수한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우리 인간의 생명을 둘러싼 시스템이 큰 틀에서 볼 때 바람직하다고 말하기엔 걸리는 것이 있을 것이다. 존재와 먼지라고 필자가 타이틀 삼아 잠정적으로 말한 그 부정적 이미지에서 우리의 시스템은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먼지라는 부정성을 떨쳐내고 존재 못지 않은, 존재에 기여하는 긍정성으로 변모시킬 수는 없는 것일까. 그 가능한 방법은 무엇들이며 장애물은 무엇들일까. 이에 대한 고뇌와 모색은 하나뿐인 지구와 귀중한 생명들을 위해 절실히 요청되는 사항이란 것을 대부분이 공감할 것이다. 존재와 먼지 아닌 존재와 존재를 상상해 본다. 황홀하리만치 아름다운 우주 속에서. 비참하게 져버린 꽃들을 추모하며.

이명훈 (소설 ′작약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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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가 '조선'인가 호칭 논쟁 [서울=뉴스핌] 김현구 기자 = 최슬아 숭실대 교수는 29일 "북한이라는 호명이 상대방을 한반도의 일부처럼 위치시킨다면 조선이라는 호명은 하나의 독립된 행위자로 인정하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 교수는 "북한을 인정해야 된다는 주장은 어떤 온정적인 제안이 아니라 상대를 인정함으로써 불안을 낮추고 관계를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굉장히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윤종빈)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북한인가 조선인가'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번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사회를 맡은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는 "호칭은 기본적으로 식별 기능을 갖지만 정치적 호칭이 되는 순간 이데올로기를 담게 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북한은 '대한민국'을 공식 명칭으로 부르며 남쪽을 외국으로 재정의했다"면서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북한' '북측'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며 토론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들어서며 도어스태핑을 갖고 최근 북한 '핵시설'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스핌DB] ◆ 김성경 "호칭은 분단 산물…'조선' 관계 전환 출발점"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명은 비공식적·약칭적 표현이지만 분단 80년 동안 누적된 정치적 의미를 가진 것"이라면서 "북한을 계속 북한이라고 부르는 한 우리 안에 북한이 계속 갇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학계에서는 (북한을) 조선, 북조선으로 부르는 경향이 좀 있었다"며 "남과 북의 국가 정체성이 이미 상당히 공고화돼 있는 현 상황에서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 맺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북한을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 평화공존이나 통일에 더 도움이 된다는 논리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통일은 남북이 서로를 인정 존중하고 그 맥락 안에서 관계를 맺고 남북 주민이 통일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 권은민 "국호 사용, 국가 승인 아냐…정치가 먼저, 법은 따라간다" 권은민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또는 'DPRK'라고 부른다고 해서 그것이 꼭 국가 승인이나 정부 승인을 구성하지는 않는다"면서 "국가 승인은 정치적 행위이고 국가 의사 표시다. 그렇게 부르더라도 국가 승인과는 무관하다라고 선언을 하면 정리가 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관계는 법률의 영역이라기보다는 정치의 영역에 가까운 것 같다"면서 "과거에도 정치가 큰 틀을 규정하고 법과 제도가 따라가는 변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남북 기본합의서 제1조는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돼 있다"면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것이 그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국호 사용은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취지의 기존 합의를 계승하는 것"이라면서 "당사자 표기는 상대방이 원하는 공식 국호를 불러주고 그것이 국가 승인은 아니다라는 것을 전제로 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서울=뉴스핌]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이 군수공업을 담당하는 제2경제위 산하 중요 군수공장을 방문했다고 관영 조선중앙통신이 12일 보도했다. 사진은 김정은이 이 공장에서 생산된 권총으로 사격하는 모습. [사진=북한매체 종합] 2026.03.12 yjlee@newspim.com ◆ 이동기 "독일도 경멸적 호칭 쓰다 공식 국호 전환…출발은 이름" 이동기 강원대 교수는 "서독은 동독을 경멸적 표현으로 불렀지만 긴장이 격화되면서 더 큰 평화 정치에 대한 구상이 폭발했다"면서 "국제 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평화 화해 논의가 공존에 대한 요구나 필요를 폭발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헤르베르트 베너 전독문제부(통일부) 장관이 가장 먼저 동독 공식 국호를 사용했다"며 "당시에는 언론의 융단 폭격을 받았지만 시간이 해결해줬다. 국제법적으로는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국가로 승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인내만으로도 부족하다"면서 "결국 원칙 고수와 실용주의가 결합하는 모든 출발은 국호의 제대로 된 호명이고,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호칭 변경, 굴복 아닌 공존 가능성 넓히는 정치적 전략" 패널 토론에서 전문가들은 조선 호명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제시했다. 김태경 성공회대 교수는 "젊은 세대에는 '둘의 우리'가 상식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시점"이라며 "우리가 조선을 일종의 주권 국가로서 인정하는 과정은 결국 우리에 대한 자기 인정과 그들에 대한 인정이 같이 결합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희 국립부경대 교수는 "핵심은 인정과 통일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라면서 "실질적으로 가는 데 있어서는 담론과 제도, 정치 차원에서의 접근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호칭을 바꾸는 것은 굴복이 아니라 적대를 줄이고 공존의 가능성을 넓히는 하나의 정치적 전략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hyun9@newspim.com 2026-04-29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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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알發 쇼크에 리츠업계 초긴장 [서울=뉴스핌] 정영희 기자 = 국내 1호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자산 가치 하락과 유동성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상장 리츠 가운데 사실상 첫 디폴트 사례가 발생하면서 시장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개별 리츠의 리스크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며, 전체 시장으로 확산되는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정부는 관련 시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하는 한편, 필요 시 유동성 지원과 함께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을 추진할 방침이다. [AI 그래픽 생성=정영희 기자] ◆ 무너진 해외 부동산 가치…유동성 위기 예견됐나 30일 리츠업계에 따르면 제이알투자운용의 기업회생 절차 돌입으로 인해 투자자들의 긴장감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형 독립계 리츠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투자운용이 2020년 국내 최초로 유가증권시장에 안착시킨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다. 벨기에 브뤼셀 중심부에 위치한 파이낸스타워와 미국 뉴욕 맨해튼의 498세븐스애비뉴 등 대형 상업용 오피스 빌딩을 기초 자산으로 편입해 운용해 왔다. 그러나 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벨기에 브뤼셀 파이낸스타워 가치가 떨어지면서, 단기사채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한국거래소는 전일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번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지난 1월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으나 해외 자산의 감정평가서 수신 지연 등을 이유로 한 달 만인 2월 이를 자진 철회했다. 핵심 자산인 벨기에 파이낸스타워의 감정평가액이 급락하면서 현지 대주단과 약정한 담보인정비율을 초과했다. 임대료 등으로 발생한 현금 흐름을 대출 상환에 우선 충당하도록 묶어두는 캐시트랩(Cash Trap, 현금 동결)이 발동되더니 기업회생으로 이어졌다.  박광식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차입 만기 도래에 따른 차환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헤지(환율 고정 상품) 정산금 명목으로 약 1000억원의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시급하다"며 "캐시트랩 해소를 위해서는 약 7830만유로(한화 약 1354억원)의 현지 차입금 상환을 위한 추가 재원 조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일제히 꺾인 리츠주…시스템 리스크 확산은 기우? 이 같은 악재에 상장 리츠 전체에 대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든다. 실제로 한국거래소 거래 동향을 살펴보면 이날 리츠 종목들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마스턴프리미어리츠가 큰 폭으로 미끄러진 것을 비롯해 한화리츠, 삼성FN리츠, SK리츠, 코람코라이프인프라리츠 등이 급락세를 면치 못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뚜렷한 성장 가도를 달리던 리츠 업계는 발을 동동 구르는 처지가 됐다. 한국리츠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종가 기준으로 국내 증시에 상장된 25개 리츠의 시가총액은 9조7778억원을 기록했다. 리츠 시장은 지난해 1월 8조103억원 수준에서 같은 해 9월 9조2048억원을 돌파했고 5개월 만인 지난 2월에는 10조원을 넘어서는 등 몸집을 불려왔다. 그동안 일반 주식에 밀려 상대적으로 소외됐지만, 최근 코스피 강세장 속에서 안정적인 피난처로 주목받은 결과다. 법적으로 배당 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배당해야 하는 구조적 특성 덕분에 확실한 현금 흐름을 선호하는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린 것도 호재 원인 중 하나로 제시됐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전체 금융 시장으로 퍼질 것이란 예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국내 상장 리츠 22개사 중 해외 자산을 보유한 비중은 14.3%이지만, 전체 자산 기준으로 환산하면 해외 자산 비중은 1.2%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 리츠의 총투자 자산 대비 해외 자산이 차지하는 파이가 극히 작아 전이 가능성이 낮다는 뜻이다. 지난달 말 자산 구성 및 투자 유형별 포트폴리오 비중을 보면 주택이 44.0%로 가장 컸다. 오피스는 35.3%에 머물렀으며 리테일 6.4%, 물류 6.4%, 혼합형 3.6%, 기타 3.2%, 호텔 1.1% 순으로 나타나 이번 위기의 진원지인 해외 오피스 리스크와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수희 LS증권 연구원은 제이알리츠의 최근 기준 발행 잔액이 약 4000억원으로 전체 크레딧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찻잔 속의 태풍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일반 크레딧물과 달리 리츠가 발행한 회사채는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관 투자자 중심으로 굴러가는 국내 크레딧 시장 심리에 타격을 주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는 판단이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이벤트가 단기사채 미상환으로 불거진 만큼 단기 자금 시장 경색이 회사채 시장으로 파급될까 우려하는 시각이 존재하지만 최근 풍부한 단기 자금을 바탕으로 기업어음 금리가 안정적으로 낮게 유지되고 있어 과거의 신용 위기와는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국토부 방화벽 구축 총력전…상장리츠, 자산 다각화 과제로 다만 해외 부동산 자산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리츠 종목들은 당분간 위축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외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 리츠는 KB스타리츠, 미래에셋글로벌리츠, 마스턴프리미어리츠, 신한글로벌액티브리츠, 디앤디플랫폼리츠, 이지스레지던스리츠 등이다. 이 중 해외 자산 구성 비중이 100%인 곳이 3개사, 50% 이상이 2개사, 50% 미만이 3개사로 파악됐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플랫폼리츠는 일본 소재 아마존 물류센터에 간접 투자 중이며 이지스레지던스리츠는 미국 소재 임대주택 및 대학 기숙사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이은미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해외 자산의 장부 가치 비중이 각 리츠 총자산의 5~30% 수준에 그쳐 전반적인 쏠림 현상은 없다"면서도 "해외 자산을 보유한 개별 리츠의 경우 현지 대출 약정 위반에 따른 현금 흐름 통제와 국내 채무 차환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동시에 겪을 수 있어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부동산 시장의 한파도 부담이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주요 도시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7% 떨어졌다. 고점을 찍었던 2022년과 15%나 증발했다.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30% 넘게 폭락했다. 정부도 사태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발 빠르게 방화벽 구축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후 김이탁 제1차관 주재로 금융위원회, 한국부동산원, 금융감독원 등 관계 부처를 긴급 소집해 점검 회의를 열었다. 리츠 시장 전반의 현황을 점검하는 한편, 투자자 보호를 위한 대응 방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국토부 관계자는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부실화 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전일 합동 검사에 착수했으며,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엄정 대응할 방침"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최대주주가 되는 앵커리츠를 공급하고, 변동성이 통제 수준을 넘어설 경우 채권 및 자금 시장 안정 프로그램 규모를 즉각적으로 늘릴 수 있도록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사태 수습을 넘어 리츠 시장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상장 리츠의 주가를 궤도에 올려놓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투자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김필규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보의 투명성이 담보된 상태에서 시장 상황에 맞게 자금 조달의 유연성을 높여주고, 우량 자산 편입과 리츠 간 합병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정책이 뒤따라야 한다"며 "자산관리회사 역시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운용 현황과 배당 전략 등을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정보 비대칭으로 인한 불신을 거둬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chulsoofriend@newspim.com 2026-04-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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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 영향 종목

  • Lockheed Martin Corp.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 강화 기대감으로 방산 수요 증가 직접적. 미·러 긴장 완화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위산업 매출 안정성 강화 예상됨.

부정 영향 종목

  • Caterpillar Inc. Industrials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시 건설 및 중장비 수요 불확실성 직접적. 글로벌 인프라 투자 지연으로 매출 성장 둔화 가능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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