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통화정책 한계 인정..투자자들 긴장해야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양적완화(QE)에서 제로금리 정책(ZIRP), 이어 마이너스 금리 정책(NIRP)까지 치달은 각국 중앙은행의 부양책이 힘을 다했다는 목소리가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은행(BOJ) <출처=블룸버그통신> |
일본은행(BOJ)이 지난 7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시장의 예상과 달리 소극적인 통화정책 확장을 시행한 것은 스스로 한계를 인정한 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역시 통화정책만으로 실물경기를 살리는 데는 한계가 따른다는 주장을 거듭 반복했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이 같은 판단을 실제 정책에 반영한 것은 차원이 다른 얘기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반응이다.
아울러 BOJ에 이어 선진국 중앙은행이 같은 행보를 취할 경우, 즉 경기 부양의 무게 중심이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겨 갈 경우 자산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재정정책을 통한 경기 부양 효과 역시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중론이지만 소위 ‘선수 교체’에 따른 자산시장 충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채권 가격의 가파른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어 주식시장 내부에서도 주도주의 교체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증권거래소 <출처=블룸버그> |
헨더슨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제임스 분센 멀티애셋 펀드매니저는 3일(현지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의 칼럼을 통해 중앙은행 정책자들이 정책 한계를 인정하고 나서는 최근 움직임은 투자자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변수라고 주장했다.
특히 마이너스 수익률의 채권을 사들이는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경고다.
투자자들은 성장률 저하와 디플레이션 리스크, 여기에 금리 인상 사이클이 먼 훗날 얘기라는 판단에서 채권 매입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경기 부양을 둘러싼 정책 변화가 자산시장의 고통스러운 전환을 초래할 것이라고 분센 펀드매니저는 강조했다.
뉴욕증시에서 연초 이후 지수 상승을 주도한 것은 유틸리티와 통신 섹터다. 정상적인 경기 확장과 통화정책 긴축 사이클 속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움직임이다.
이와 함께 미국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말 1.05%에서 7월 최저 0.55%까지 밀렸다.
연준 이외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한다는 것은 아직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시장금리 상승이 곳곳에서 포착될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달러화<사진=블룸버그> |
비전통적 통화정책이 한계를 맞았다는 의견이 투자자뿐 아니라 정책자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고, 중앙은행의 바주카로 GDP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없다는 것은 미국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일본을 필두로 주요국의 재정 확장이 가시화될 여지가 높고, 이 경우 채권 가격의 랠리가 종료를 맞을 것이라고 분센 펀드매니저는 주장했다.
영국 영란은행(BOE)이 이번주 통화정책 회의에서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이를 통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충격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이다. 재정 측면의 대응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부채 위기 이후 수년간 고강도 긴축에 나섰던 유로존 회원국은 실물경기를 오히려 해쳤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긴축을 완화하거나 재정을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이는 프랑스와 독일 등 주요국의 선거와 맞물리면서 유로존 전역에 걸쳐 이른바 친성장 재정 정책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분센 펀드매니저는 예상했다.
때문에 2008년 미국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머니 프린팅’을 구심점 삼아 움직였던 자산 시장이 새로운 논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이며, 투자자들 역시 전혀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