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로스타트업] 24시간 이용 소셜렌탈 벅시
원거리, 신청인원 많을수록 가격대비 효율성 높아
[뉴스핌=이수경 기자] "벅시는 '공항을 조금 더 편하게 오갈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어요. 내가 필요한 좌석만 24시간 대여할 수 있고 집 앞으로 데리러 오는 서비스라면 승산이 있겠다 싶었죠."
이태희 벅시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뉴스핌과의 인터뷰에서 "벅시는 기사가 알선된 렌터카를 여러 명이 빌릴 수 있도록 한 소셜렌탈을 표방하고 있다"며 "자가용을 대체, 공항까지 이동하는 차세대 교통 서비스로 거듭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첫 시범 서비스를 선보인 벅시는 공항을 오가는 이들이 기사 알선 렌터카(대형 승합차)를 좌석 단위로 빌리는 승차공유 서비스다. 1인당 가격을 내면서도 택시처럼 집 앞까지 온다는 점에서 '버스'와 '택시'의 줄여 이름을 만들었다. 앱을 켜고 짐 개수, 항공편명 등을 입력하면 최대 3곳의 지역(경유 시간 최대 30분)을 들러 고객을 픽업한 뒤 공항까지 운송해준다.
◆내 집까지 오는 의전서비스..24시간 이용 가능
사람들은 공항까지 '무엇’을 타고 이동할까? 서울 지역은 그나마 공항철도, 리무진 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이용 비중도 높은 편이다. 국토교통부 조사(2012)에 따르면 공항버스(44%)를 이용한다는 비중이 가장 높았으며 공항철도를 이용한다는 비중은 14%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중교통은 캐리어를 들고 정류장까지 이동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여성이나 노약자, 또는 눈이나 비가 오면 짐 이동에 관한 부담도 크다.
짐이 많거나 대중교통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 심야에는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자가용(32%)과 택시(10%) 이용 비중은 절반 가까이나 된다. 값비싼 비용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특히 자가용은 누군가 공항까지 운전해야 하는 피로가 큰 부담이다.
이에 벅시는 택시의 이동 편리성과 리무진버스의 가격 합리성을 고루 갖춘 서비스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짐을 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고 택시보다 저렴하기까지 하다. 특히 서울보다는 경기도권에서 호응이 좋다. 이 대표와 함께 가격을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공항에서 먼 지역일수록, 신청인원이 많을수록 가격 대 효율성이 높았다.
"벅시는 분당, 수지, 죽전 등 대단위 거주 밀집지역이면서도 공항철도나 도심터미널 등의 서비스에서 소외된 지역의 공한 접근성을 강화해주죠. 실제로 벅시에 대한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 경기도에요. 리무진 이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었거든요."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벅시를 타면 1시간30분 내외로 공항에 도착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서비스 예약과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것이 벅시의 장점이다. 대중교통이 없는 심야시간대를 포함, 24시간 운영된다는 것도 특징 중 하나다.
"택시가 버스 정류장까지 이동하고 짐 싣고 내려서 다시 리무진을 기다리고 짐 싣는 시간을 합치면, 집밖을 나서 공항까지 최소 2시간 이상 소요되죠. 여행은 공항이 아니라 집을 나서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공항까지 가장 편하게 갈 수 있는 서비스라면 가치 있겠다 싶었죠."
◆불황시대의 새로운 경제학 '공유경제'..합법적인 서비스에 중점
이 대표가 막연하게 사업을 구상한 시기는 지난 2010년 조지아공대에서 1년간 연수갔을 때의 일이다. 당시 미국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가 불어 닥치면서 불황시대의 새로운 경제학으로 공유경제가 뜨기 시작했다. 이 대표는 근로소득, 금융소득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자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방식으로 가외 소득을 얻는 시대가 오겠다는 것에 주목했다.
"집카와 에어비앤비, 릴레이라이드 등 사례를 보면서, 타인과 기꺼이 나누려는 자원이 집이랑 자동차라는 것을 생각했죠. 단가가 높아 수익화가 좋고 규모의 경제를 빨리 달성할 수 있어서죠. 또한, 모바일 이후 차세대 플랫폼은 '자동차’라고 생각했고, 모바일과 자동차를 결합한 사업을 해보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죠."
이재진(왼쪽), 이태희 벅시 공동대표 <사진=벅시> |
한국에 돌아온 이 대표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을 구상했다. 대화 1시간 만에 합류를 결정한 이재진 대표 등 창업멤버 4인과 함께 지난 2015년 10월 법인을 설립했다. 4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벅시는 6월부터 정식 서비스되고 있다.
이 대표는 자사 서비스를 내놓을 때 합법 여부를 가장 먼저 따졌다. 과거 법적 공방이 불거진 우버나 콜버스가 대표적인 예다. 우버블랙은 리무진이나 렌터카를, 우버엑스는 자가용을 알선했다. 콜버스는 심야에 전세버스를 공동대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서비스는 택시와 버스업계의 반발이 있기는 했지만, 어쨌든 현행법상 불법 쪽에 가까웠다.
이 대표는 법과 대척하기보다는 합법의 영역 안에서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 11인승~15인승 승합차와 웨딩카에 한정해 운전기사 알선을 허용하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시행령을 토대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벅시가 회원을 중개하면 렌터카 회사에서 최종적으로 기사와 렌터카를 알선해주는 구조다.
렌터카 업체는 노는 차량을 활용하므로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지자체에서는 운영 차량 감소에 따른 배기량 감소와 주차장 증축에 대한 부담감을 줄일 수 있다. 사용자는 기존 4가지 선택지에서 1가지 새로운 선택지를 고를 수 있게 됐다.
◆"자가용 운전 대체..수요형 교통 서비스로 나아갈 것"
벅시는 버스나 택시와 같은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데 궁극적인 목표를 두고 있지 않다. 인천공항 하루 이용자 14만명이 2번째로 많이 이용하는 '자가용'을 대체하겠다는 의지다.
아직은 서비스 가능 지역이 넓지 않다. 김포공항은 출발지가 성남시(분당구, 수지구, 영통구, 기흥구)만 이용할 수 있다. 인천공항은 서울시(영등포구, 마포구, 서초구, 종로구, 강남구, 송파구)까지 제공한다.
"수요가 많은 지역부터 차를 먼저 투입할 수밖에 없어요. 대체수단이 없는 지역 위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차차 가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벅시는 수요에 기반을 둔 교통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2018년 2월 개최하는 평창 올림픽에 올리는 관광객 및 각 국가 선수단을 위한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받는 이유다. 수요에 따라 출발 시간이 유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면서도 수요량에 따라 적절한 크기의 차량을 배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희 대표는 "기존 버스와 택시 사업자와 협업할 수 있는 모델을 구상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며 "향후 공항뿐만 아니라 수요에 따른 교통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핌 Newspim] 이수경 기자 (sophi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