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하락, 회사채 경쟁력 잃어...복잡한 절차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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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백진규 기자]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이 중국에서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을 사실상 중단했다. 은행 대출 금리가 하락해 회사채 발행보다 유리해진데다, 투자가 줄어 자금 수요도 줄었기 때문이다. 또 회사채를 발행하기 위해 받아야하는 심사만 4~6개월 걸리는 것도 발행을 포기하게 만든 요인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회사채 시장이 2010년부터 활성화되자 우리 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랜드가 2012년에 한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5억위안(한화 850억원)을 발행했고, 같은해 현대위아가 6억위안 어치를 발행했다. 두 기업 모두 현지 신용등급을 ‘AA’로 받았다.
당시 발행 금리는 연 5%대로 인민은행 고시 대출금리 가이드라인보다 1.0%포인트 정도 낮았다. 이자비용 절감 성과가 나타나자 이듬해인 2013년에는 한국타이어, 두산인프라코어 등도 회사채를 발행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가 항상 골칫거리다. 한국에서 증자를 해오자니 나중에 철수할 때 번거로울 것 같고, 현지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설정 등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한국 모회사에서 대출 보증을 서면 보증수수료가 발생한다.
이에 반해 회사채 발행은 사실상 현지 기업에 준한 심사를 받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에도 새로운 자금 조달 카드가 됐다. 중국 기업들이 회사채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한국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 금리, 자금수요 줄어들면서 회사채 발행도 끊겨
하지만 지난해 이랜드가 3억위안 어치를 발행한 것을 끝으로 올해까지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이 없다. 현재 회사채 발행 잔액은 8억위안 정도로 추산된다.
회사채 발행이 줄어든 이유는 우선 중국의 기준금리 인하 때문이다. 2012년에 연 6.0%였던 인민은행 고시 1년 대출금리는 현재 4.35%까지 떨어졌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스프레드가 줄어들자 상대적으로 회사채 발행을 통해 얻는 이익이 줄어든 것이다.
회사채 발행 자문을 맡았던 하나금융투자 베이징(北京) 사무소 관계자는 “중국의 회사채 발행 감독 당국인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상장이 가능한 회사채의 최저 등급을 AA급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채권 표면금리에 신용평가비용과 발행수수료 등 부대비용을 포함하면 금리 면에서 은행 대출에 비해 큰 우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엄격한 중국 금융당국 규정도 회사채 발행이 끊긴 이유 중 하나다. 중국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데는 발행 심사에만 4~6개월 정도가 소요된다. 현지 기업 입장에서는 각종 서류를 준비하는 것도 부담이다.
중국의 인건비, 임대료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줄인 것도 한 원인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국계 은행 관계자는 “2~3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이 주도적으로 현지 진출에 앞장서고 벤더 업체들은 따라 나오려고 경쟁했으나, 요새는 새로 공장을 짓는다고 계획을 세워놓고도 벤더 업체들이 먼저 거절해 진출을 취소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하나금융투자 베이징 사무소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우량한 한국계 기업의 경우 은행 대출도 줄일 정도로 자금 수요가 줄어든 반면, 자금이 부족한 다른 기업들은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 발행을 시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백진규 기자 (bjgchin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