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국회가 수탁자에게 압박 가하는 것은 긍정적"
[뉴스핌=김나래 기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의 권리인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의 후진성을 지적하며 국민연금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채 의원(제3정조위원장)은 이날 논평을 내고 "국민연금이 코드를 도입하지 않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현재 국민연금이 주주권 행사에 관한 지침을 보유한 것은 의결권 행사에 관한 부분이 유일한데 이것을 스튜어드십 코드에 준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찬성의사를 밝혔지만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가 논란이 된바 있다. 이에 보다 명확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스튜어드십 코드가 도입돼야 한다는 지적이 뜨거웠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 <사진=김학선 사진기자> |
현재 추진되고 있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가 준수해야 할 행위준칙을 정하는 것이다. 기관투자자들은 이를 따르거나 따르지 않을 경우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도입은 기관투자자들이 독립적인 주주로서 투자기업들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채 의원은 "총수일가 등 지배주주가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전횡을 일삼을 수 있었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의 무분별한 ‘거수기’ 역할이었다고 판단한다"며 "기관투자자들의 주주로서 역할 제고를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세계적인 기준에 상응하는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를 조속히 제정하고 시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올해 말까지 스튜어드십 코드의 제정을 목표로 재계 및 기관투자자와 의견 조율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해 기관투자자와 기업들의 부담을 한층 덜어줄 수 있도록 원칙 초안을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국내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주주권 행사에 대한 기업들의 부담도 줄이는 방향으로 조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채 의원은 재계가 나서서 코드의 내용에 간여하거나 금융당국이 재계의 요구에 응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시행을 무력화 시키려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작년 12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방안 공청회’에서 '기관투자자 간의 연대 원칙'을 이미 제외해 논란이 된 바 있는데 그것도 모자라 기관투자자 및 기업들에게 부담이 덜 가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것은 후진적이다"라고 비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금융회사 자체의 지배구조 문제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이 피투자회사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며 제정됐다. 영국은 기관투자자의 의무와 책임에 관한 행위준칙인 스튜어드십 코드를 2010년 제정해 주주권 행사의 원칙과 절차를 정립하고 그 결과를 공시하도록 하는 등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제고하고자했다. 이후 금융선진국을 중심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이 본격화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4년 2월 일본의 코드 제정에 자극받아 같은 해 11월 26일 '주식시장 발전방향' 발표에서 ‘기관투자자 역할 강화’의 한 방법으로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 강화를 위한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KB사태·현대차의 한전부지 고가매입·삼성물산 합병의 불공정 시비 등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곤두박질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다만 금융위는 수탁자인 국민연금에게 도입하라고 강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수탁자가 결정하는 사항이며 공식적으로 (우리가) 강요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복지부나 국민연금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오히려 국회에서 공감대가 생기면 더 압박이 가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김나래 기자 (ticktock0326@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