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만 "인정 못해" vs 미국·일본 "구속력 있다"
필리핀·베트남 "판결 환영" vs 태국·인니 "평화적 해결"
[뉴스핌=김성수 기자]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중국과 필리핀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필리핀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미국과 일본 등 서방 주요국이 이행할 것을 압박하는 반면 중국은 격렬한 거부 의사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분쟁 당사국간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과 대립해온 필리핀과 베트남은 12일 중재재판소의 판결 직후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낸 반면 중국은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또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판결을 앞두고 인민해방군에 전투태세를 명령한 데다가, 미국은 이미 남중국해 분쟁지역 주변에 항공모함을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양측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 중국 "수용 못 해" vs 미·일 "철저 이행" 압박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게재한 외교부 성명을 통해 "중재재판소 판결은 악의적이며,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영토 주권과 해상권익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2일 베이징 외교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중재재판소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진=AP/뉴시스> |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도 "남중국해 도서는 예로부터 중국의 영토"라며 "중국의 남중국해에서 갖는 영토 주권과 해양권익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중재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미국은 중재판결도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중국에 철저한 이행을 압박했다.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국제해양법 조약에 가입할 때부터 이미 당사국들은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강제분쟁 조정에 동의한 것"이라며 "이번 중재판결은 최종적이고 중국과 필리핀 양쪽 모두에 구속력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도 판결이 나온 직후 성명을 통해 중국이 판결 결과를 따를 것을 촉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은 "중재재판소 판결은 최종적이므로 분쟁 당사국에 법적 구속력이 있다"며 "당사국은 이 판단에 따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적 명분 싸움에서 수세에 몰린 중국은 남중국해 실효 지배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군부에서는 미국의 '남중국해 도발'에 맞서 군사적 대응 카드도 동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 필리핀 "판결 환영" vs 대만 "권리 훼손"
남중국해 인접국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분쟁 조정을 신청한 필리핀은 판결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대만은 자국이 지배 중인 섬과 관련 해역의 권리가 훼손됐다며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시민들이 중재재판소 판결에 기뻐하고 있는 모습. <사진=AP/뉴시스> |
필리핀의 페르텍토 야사이 외무장관은 "중재재판소의 발표를 환영한다"며 "필리핀은 이번 판결이 남중국해 분쟁을 다루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중대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베트남도 레 하이 빈 베트남 외교부 대변인은 "판결을 환영한다"며 "남중국해 분쟁이 국제법에 따른 외교적·합법적 수단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베트남은 조만간 이번 판결을 토대로 자국의 영유권에 관한 별도의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 주변국 "평화적 해결" 촉구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판결이 나오기 직전 성명을 통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모든 관련국이 자제력을 발휘해서 역내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며 "남중국해에 긴장을 불러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태국 외무부도 "남중국해를 '평화와 안정,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바다'로 만드는 것이 모두를 위한 길"이라며 "남중국해 문제는 아세안과 중국의 오랜 관계를 반영해 상호 신뢰와 공정한 이익을 기반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대만은 이번 판결이 자국이 실효 지배 중인 타이핑다오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만 총통부는 "중재재판소 판결은 남중국해 내 대만의 모든 섬과 관련 해역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대만은 국가 이익에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