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에선 비중 높은 쪽이 '절실'='불리한 입장'
[뉴스핌=이고은 기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성사되면 영국과 아시아는 새롭게 무역협정을 맺어야 하는데, 이 때 더 손해를 보는 것은 영국이라는 분석이 소개됐다.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하루 앞둔 22일 블룸버그 통신은 "탈퇴 진영의 정치인들은 유럽연합(EU)에서 영국이 탈퇴하면 더 나은 무역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하지만, 실상은 새롭게 개별 무역협상을 맺게 되면 아시아 정부가 그 이득을 다 가져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 성장의 3분의 2를 책임지고 있어 영국에게 핵심적인 무역 상대국인데 반해 아시아에게 영국은 무역규모 상위 10번째 국가에도 못 드는 나라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에게 무역파트너로서 영국의 순위 <자료=블룸버그> |
또 영국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합류한 이후 40년 이상이 지났기 때문에 영국은 상대국과 무역 관련 흥정을 할만한 협상능력이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이다.
마크 멜라토스 시드니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영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굉장히 약자가 될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영국에게 새로운 무역협상이 절실하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무역 파트너는 약자에게서 이득을 취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아시아 간 무역관계에서도 서로에 대한 '필요성'이 영국쪽이 훨씬 절실하다. 지난해 영국의 수출 대상국 중 아시아의 비율은 16.3%에 달했지만 아시아 주요 국가 중 상위 10개 무역국 안에 영국이 포함된 국가는 뉴질랜드가 유일하다.
한국에게도 영국은 18번째 무역국에 지나지 않는다. 홍콩과 베트남, 인도에게는 11번째, 일본과 싱가포르에게는 19번째, 인도네시아에게는 23번째다.
일례로 중국은 영국에게는 6번째 수출국이지만, 중국에게 영국은 그보다 한참 밀린 11번째 무역 대상국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0월 런던을 방문해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에게 "영국이 EU의 중요 멤버로서 영국과 중국의 관계를 깊게 하는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영국이 EU를 탈퇴하면 이같은 관계에는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장 샤오진 칭화대 교수는 "(브렉시트가 성사되는) 시나리오 상에서는 중국에 대한 영국의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고, 이는 중국이 무역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고은 기자 (goe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