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이슈 남아, 대형주·실적주 위주 접근 유효
[뉴스핌=백현지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하는 국민투표가 임박했다. 여의도 증권가에선 실적주, 대형주 중심의 보수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3일(현지시각) 영국에서 브렉시트 가부를 가리는 국민투표가 진행된다. 브렉시트가 확정되면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과 이에 따른 증시 추가 급락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지난 3월 이후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안전자산인 금과 엔화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늘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국제 금선물가격은 온스당 1272.50 달러로 연초 1100달러를 하회하던 수준에서 10%이상 상승했다.
또 브렉시트 투표 이후에도 7월 미국 금리인상이라는 이벤트가 있어 관망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많다.
◆ 브렉시트 확정 시 단기 충격 불가피
지난해 영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3조4000억 달러로 글로벌 5위 국가다. 영국재무부에 따르면 브렉시트 발생 이후 GDP는 3.8~7.5%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증시, 특히 이머징증시에 미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어 브렉시트 확정시 국내증시도 단기 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했다. 영국계 자금의 이탈로 촉발된 조정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영국계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보유한 매수 포지션(4월 기준)은 36조5000억원 규모다. 전체 외국인의 8.4%로 미국계 자금 다음으로 많다. 이와 함께 파운드 절하와 함께 유로화 동반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달러 강세를 촉발할 수 있다.
다만, 브렉시트가 현실화되더라도 금융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된다. 브렉시트가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오는 28일 EU정상회의에서 대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영국의)EU탈퇴가 결정되더라도 시장에 노이즈가 낄 수 있지만 유예기간이 있기 때문에 블랙스완적 상황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파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 부결시 안도 랠리 제한적, 대형실적주 중심 접근
현재 분위기는 영국의 EU잔류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6일 브렉시트 반대 주장을 펼쳐온 존 콕스 하원의원이 피살되며 영국 여론도 EU잔류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양상이다.
앞서 비슷한 사례도 있었다. 지난 1975년 집권당인 노동당에 의해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잔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시행된 적이 있다. 당시 투표에서는 67% 지지율로 잔류가 결정됐다.
이번에도 스코틀랜드 독립투표가 진행된 2014년 9월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된다. 당시 스코틀랜드 여론 조사에서는 독립에 찬성하는 의견이 높았지만 실제 투표에선 독립 반대가 최종 선택됐다.
오히려 주식시장에선 브렉시트 이후 미국 금리인상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위험자산의 안도랠리는 제한적이고 시장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유효해 방어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하라는 의견이 많다.
코스피지수 역시 2000선 돌파를 시도할 수는 있지만 지수 레벨업 자체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스피지수가 나흘 연속 상승하는 등 최근 영국의 EU잔류에 대한 기대감 역시 주식시장에서 선반영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선임연구원은 "지난 16일 이후 커진 EU잔류 기대감이 글로벌 위험자산에 상당부분 선반영됐다"며 "최근 외국인 매매패턴을 보면 소프트웨어, 비철금속, IT 가전 등 소외업종에 집중 매수세가 나오고 있어 브렉시트 부결 결정이 난 이후에도 경기민감주를 줄이고 방어주 위주로 대응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최근 실적기대감에 140만원선을 회복하며 선전하는 것처럼 각 업종별 대표, 대장주들이 업종내 비중을 늘리며 견조한 모습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A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브렉시트 이슈는 이미 매크로적인 이슈가 돼 개별기업 입장에서는 펀더멘털에 미치는 영향까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시장 향방을 점치기 쉽지 않은데다가 (브렉시트가) 결론이 나더라도 7월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남아있어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실적이 나오는 기업위주로 대형 실적주 위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투자에 대해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왔다. B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주식시장 자체가 지금 변동성이 높아진 상태로 EU잔류가 결정되더라도 리스크가 많다"며 "펀드 내에서 주식비중을 줄이고 인덱스와 비슷하게 만들어 위험에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백현지 기자 (kyunj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