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무역 마찰 심화에 달러 폭락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연말까지 달러화 등락이 정치권 변수에 달렸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들이 무역 정책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자 투자은행(IB) 업계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지난 1995년 상황이 재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당시 미국과 일본 정부 사이에 무역 관련 마찰이 뜨거웠고, 이 과정에 달러화가 엔화에 대해 무려 25%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달러화 <출처=블룸버그> |
월가 투자자들은 대선 후보들의 무력 정책 관련 논쟁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달러화가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세계 2위 외환 트레이더인 JP모간은 차기 대통령에 누가 당선될 것인가와 무관하게 미국 정치권과 주요 교역 상대국 간의 긴장은 투자 자금을 달러화에서 엔화와 유로화로 몰아낼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도이체방크와 HSBC, 크레디트 스위스(CS) 등 그 밖에 IB들 역시 이 같은 의견에 공감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과거 일반적으로 무역 갈등이 불거질 때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고, 낙폭이 최대 20%에 달했던 사실을 주목하고 있다.
앨런 러스킨 도이체방크 외환 리서치 헤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엔화가 가장 커다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며 “이와 함께 유로화와 그 밖에 스위스 프랑을 포함한 유럽 통화 역시 상승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1995년 미국 정부는 일본 고급 자동차에 100%에 달하는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경한 자세를 취했다. 이는 달러화 급락을 초래했다.
이후 2000년 대선에 출마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유럽산 철강 수입 관세를 부과해 국내 업체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때도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 약 30% 급락했다.
당시 상황은 현재 대선 후보들 움직임과 흡사하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도는 중국을 통화조작국으로 지목하고, 중국 수출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할 뜻을 밝혔다.
또 미국 기업의 멕시코 아웃소싱 업체로부터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서도 3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역시 대통령 직속으로 무역 담당 검찰관을 두고 관련 행정 집행관을 세 배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헤지펀드와 머니매니저들은 달러화 상승 포지션을 지난주 8만8105계약으로 축소했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온건한 통화정책 기조와 무관하지 않지만 더 나아가 무역 마찰을 겨냥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