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 삼성생명 등 금융계열사 빌딩 매각···다른 계열사로 이어질 듯
[뉴스핌=김신정 기자] 삼성이 '선택과 집중'을 위해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어 주목된다. 금융계열사 외 다른 계열사의 자산매각까지 이어질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화재가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위치한 역삼빌딩 지분 50%를 KB부동산신탁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1000억원이 조금 안된 것으로 알려졌다.
테헤란로에 위치해 접근성이 우수한 삼성화재 역삼빌딩은 지난 1996년 준공된 건물로 국세청과 삼성화재가 지분 50%씩 소유했었다. 현재는 삼성화재 강남고객지원센터와 강남·서초·역삼 세무서가 함께 입주해 있다.
서울 을지로에 있는 삼성화재의 본관 사옥 매각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본사 사옥과 관련 매각을 할지 임대를 내줄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올 초 삼성생명은 서울 중구 태평로 사옥을 부영그룹에 5800억원대 가격으로 매각했다. 이어 삼성생명 태평로 빌딩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매각주관사를 선정하고 매각 작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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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삼성 서초사옥에 삼성 로고가 새겨진 회사 깃발이 바람에 휘날리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
삼성생명 관계자는 "자산운용 차원에서 빌딩 매각에 나선 것"이라며 "보험사들이 자산운용을 하다보니 과거 부동산이 좋은 투자처가 됐지만 이제는 예전과 달리 부동산 메리트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이 태평로 사옥에 이어 빌딩까지 매각 작업에 나서면서 태평로 '삼성 금융타운' 건물 가운데, 삼성 본관만이 남게 됐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은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삼성전자가 쓰던 서울 서초동 사옥으로 이사할 예정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서초사옥 직원들을 본사가 있는 수원이나 우면동 R&D캠퍼스로 이동시켰다.
결국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 사옥 매각이나 서초에 있던 삼성전자 직원의 수원 대이동은 삼성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사옥과 본사를 팔거나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더욱이 우면동 R&D캠퍼스의 수용인원 여유가 많기 때문에 기존 사업장에 있던 연구인력들을 한 데 모이게 할 수 있어, 각 사업장의 연구센터 처분이나 용도변경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장기불황으로 최근 주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삼성중공업도 유동성 확보를 위해 돈이 되는 자산을 다 팔고 있다. 경기도 화성 사업장과 당진 공장거제 사원 아파트 등을 팔았고, 거제 삼성호텔 등도 처분해 추가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제는 부동산으로 돈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생각으로 각 계열사의 빌딩 등 불필요한 부동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이 부회장이 내세우고 있는 '잘할 수 있는 사업,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실용주의와도 일맥상통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불필요한 부동산을 다 매각하고 있다"며 "과거 삼성은 부동산 투자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부동산 투자는 아닌 것으로 보고 사업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불필요한 자산을 매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 내부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자산 매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일각에선 삼성이 서울 중국 호암아트홀을 매각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돌았다. 하지만 삼성은 이를 부인했다. 호암아트홀은 창업주 이병철 선대 회장의 호를 딴데다 매년 학술, 예술분야에 공헌한 인사들을 선정해 축하하는 '호암상' 시상식도 매년 이곳에서 열려 삼성에는 상징성이 큰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삼성본관 건물도 팔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본관은 삼성그룹의 모태라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삼성측은 "모든 계열사가 부동산 매각을 추진하진 않고, 부동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금융계열사 위주로 자산매각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김신정 기자 (aza@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