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확충펀드는 사실상 자회사, BIS비율 악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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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12조원 자본확충펀드는 IBK기업은행 계열사입니다."
한국금융학회가 지난 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선진국 양적완화 경험이 한국에 주는 교훈'을 주제로 연 토론회에서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같이 주장했다. 자본확충펀드를 결국 기업은행이 한국은행에서 10조원을 빌려 설립하고, 이 돈으로 대출하는 순환구조라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전성인 교수는 “자본확충펀드 구조는 어음 재할인에 근거한 것”이라며 “(기업은행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자본확충펀드)는 기업은행에 어음을 발행, 대출재원을 얻고, 기은은 이 어음을 들고 한은에 찾아가 재할인 받는 식”이라고 했다. 사실상 기업은행과 자회사간의 거래로, 한은이 중간에서 기업은행에 어음을 재할인해서 자금을 지원해주는 역할만 하는 셈.
자본확충펀드가 전 교수의 지적처럼 자회사까지는 아니어도, 기업은행의 특수관계인으로 볼 여지는 있다. 정부가 자산관리공사를 통해 설립해도, 기업은행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각 사업주체는 서로 엮여있다.
이럴 경우 은행법에 의해 특수관계인은 기업은행 자기자본의 25%와 대주주의 기업은행에 대한 출자비율 중 작은 수치인 25%를 초과해 대출해 줄 수 없다. 2016년 3월말 현재 기업은행 자본계정 총계는 약 17조4000억원(BIS 기준 총자본은 18조9000억원)이므로 기업은행은 특수목적회사에 4조원 가량만 대출이 가능하다. 정부 발표처럼 11조원(한은 대출 10조원, 기은 자체 대출 1조원)은 어렵다.
기업은행은 자본확충펀드에서 ‘도관은행(한은의 돈이 시중에 흘러가는 역할을 하는 은행)이라는 그럴듯한 타이틀을 가졌다. 그러나 돈을 빌려 온 것이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한은에서 10조원을 빌려, 이자를 내고 원금을 갚아야 한다”고 했다.
결국 산업, 수출입은행 자본확충에 기업은행이 엮인 국책은행 연결고리가 만들어졌다. 자본확충펀드가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주고 제대로 원금을 상환 받지 못하면 기업은행의 손실로 이어지는 도미노 부실 구조다.
특히 자본확충펀드의 대출 방식과 만기 구조로 인해, 기업은행은 사실상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이나 다름 없게 됐다. 11조원의 한도가 설정돼 있어 정부가 국책은행 자본확충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돈을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다. 즉 정부가 요청할때마다 기업은행은 한은에 돈을 빌려달라고 해야 한다. 대출 만기도 1년이고 매년 평가를 통해 1년씩 만기가 연장된다. 대출 만기는 조선·해운 산업의 구조조정이 끝날 때까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자본확충펀드가 사들이는 국책은행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과 후순위채권은 원금 손실위험이 있는 위험등급 증권이다. 자회사나 특수관계인 여부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기업은행은 연결재무제표상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 하락이 불가피하다. 나기수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연간 1조원씩 순이익을 내기 때문에, 기업은행에서 손실을 감수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기업은행은 대기업 조선해운사 구조조정과는 무관했고 하청업체들만 걱정했는데, 앞으로는 대기업도 걱정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정부는 이런 우려를 고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으로 위험을 줄여주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7월 해운 철강 등 5개 대기업의 회사채 차환을 위해 ‘시장안정 P-CBO’로 1조3380억원을 지원했다가 손실 입은 경험이 있다. 현대상선, 한진해운, 동부제출이 채권자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채권이 부실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는 이 때 신보에 8500억원을 출연키로 약속했는데 아직 2500억원은 집행되지 않았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