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보험사] <끝> 대형 생보사일 수록 자본확충 부담 커
[뉴스핌=이지현 전선형 기자] 새로운 보험분야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생명보험사들은 자본확충 방안을 고심 중이다. 부채를 시가평가하는 새 국제회계기준이 2020년 도입되기 전까지 보험사별로 수억원에서 수십조원의 적립금을 마련해야 한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IFRS4 2단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생보업계는 3년 동안 총 50조원 가량의 추가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았던 삼성·한화·교보생명 등 대형 생보사들은 큰 규모의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 1990년대 7%이상의 높은 금리 확정형 보험상품을 판매해 보험금 부채 부담이 큰 것.
현재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서 명확한 IFRS4 2단계 기준안을 내지 않아 정확한 측정은 불가능하지만, 가장 보수적인 기준으로는 2020년 제도 도입 전까지 삼성생명은 22~27조원의 적립금을 쌓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화생명은 7~8조원, 교보생명은 5~6조원의 추가 적립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IFRS4 2단계에서는 향후 금리를 예측해 할인율을 산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보험 부채를 현재 부채로 계산하게 된다. 즉, 현재 금리가 낮을수록 현시점에서 계산한 부채 규모가 더욱 커지는 것.
이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수년간 시장금리가 급락한 한국의 경우 대형 생명보험사들의 대규모 신규 자본 확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아직 IFRS4 2단계의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 않아 적립금 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면서도 "내부적으로 자본확충 방안 등에 대해 파악 중인데, 대형 생보사의 경우 손실계약이 많은 만큼 이익계약도 많아 적립금을 쌓을 여력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소형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다.
흥국생명의 경우는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나, 상장 등 여러 방안을 놓고 고심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예상되는 흥국생명의 적립금 규모는 6000억에서 1조원 수준이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보험사들마다 자본금을 마련할 방법을 고민중일 것"이라며 "시간이 5년 이상 충분했으면 좀 나았을 텐데, 3년 안에 시급하게 적립금을 쌓으라고 하다보니 보험사들이 더욱 힘들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도 보험사들에게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보험사 실무 담당자 등을 모아 IFRS4 2단계 연착륙 유도 방안 설명회를 열었다.
부채적정성평가(LAT)제도의 할인율을 앞으로 3년간 단계적으로 내리기로 한 것. 이에 따라 현재 연 3.5~4% 수준인 할인율은 2018년 연 2.5% 수준으로 하락한다. 이 경우 보험사들도 당장 올해부터 할인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립금을 꾸준히 쌓아놔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자본확충 준비가 부족한 보험사들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에 따른 충격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지금부터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