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자격요건' 법적검토 착수
[뉴스핌=한기진 기자] 농협금융지주가 처음으로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발행을 추진한다. 다만 법적인 발행자격이 없어, 대안을 찾고 있다. 조선·해운업체 여신 부실로 건전성 악화가 우려되는 NH농협은행의 자본을 확충해야할 시급한 사정이 생겨서다.
31일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지주의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법률 검토에 착수했다. 농협금융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양측은 논의를 거쳐 몇 달 안에 방안을 찾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 관계자는 “농협금융지주의 코코본드 발행을 위한 근거법이 명확하지 않아, 관련법과 개정 이슈가 있는지 검토하는 중으로 농협금융의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지주회사법에는 금융지주사의 코코본드 발행 규정이 전혀 없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사채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금융지주사만 발행할 수 있다’는 규정과 은행법의 금융채 발행 규정에 따른다. 은행의 경우 상장, 비상장은행 모두 발행자격이 되고 은행법(33조 금융채의 발행)이 정한 금융채의 발행 요건에 따라 자기자본금의 5배 이내로만 발행할 수 있다.
금융지주사에서는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만 코코본드를 발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농협금융지주의 경우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이 올해 초 3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바 있다.
금융위는 농협금융지주가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금융지주회사법을 개정해야 할 지, 아니면 자본시장법이나 상법에서 적용 가능한 규정이 있는지 찾고 있다.
NH농협은행은 곧 자본확충에 나서야 한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 여신 7700억원에 대한 충당금을 2분기 내에 쌓아야 한다. 이미 1179억원을 쌓았는데, 추가로 적게는 3000억원 많게는 6500억원까지 확대해야 한다. 또 조선 해운업종 여신이 총 5조2000억원에 달해 충당금 급증이 예고돼 있다.
올해 1~3월 농협은행이 쌓은 충당금은 422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충당금 적립액(1조2805억원)의 3분의 1을 이미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이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올해 충당금을 최소 2조원 쌓아야 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럴 경우 NH농협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1분기말 기준 14.27%에서 1%p 가량 하락한 13% 초반으로 떨어질 것으로 금융권은 본다. 금융감독당국은 최소 14%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농협금융지주가 직접 코코본드 발행하는 이유는, NH농협은행보다 유리하기 때문. NH농협은행은 연초 3000억원을 포함 올해 1조원 가량 발행할 계획이다. 금융권이 작년 한해 동안 발행한 규모 5조2000억원에 5분의1이나 된다. 또한 올해부터 바젤Ⅲ에 따라 코코본드 등 신종자본증권의 배당가능금액이 ‘총이익잉여금’에서 ‘당기순이익’으로 바뀌면서 투자 수요 위축으로 발행 금리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신용도가 높고 그동안 코코본드를 발행한 적이 없는 농협금융지주가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특히 1분기 기준 자기자본금이 17조5972억원으로 은행법이 규정한 자기자본금의 5배까지 발행하는 조건에 따라, 코코본드 발행 여력이 충분하다.
당장 매년 농협중앙회에 지급하는 배당금 성격의 명칭사용료를 당분간 줄인다면 큰 도움이 된다. 작년에만 3526억원, 2014년 3318억원, 2013년 4535억원이나 된다. 그러나 중앙회측에서는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은 농협 신경분리(경제사업과 신용사업 분리)에 따라 농협은행이 번 돈을 통해 농협중앙회가 농민의 경제사업을 위해 사용해야 하는 재원이다. 농협중앙회의 주주는 농민이 조합원인 단위농협이다.
농협금융 측 관계자는 “코코본드 발행 자격 검토 요청은 시급해서가 아니라 만일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고 지주사 BIS비율 높이는 경우에 해당한다"면서 "자회사(농협은행) 출자는 회사채를 발행해서 하면된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