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 바르샤바, 방갈로르 등 분산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글로벌 금융의 심장부로 꼽히는 뉴욕과 런던이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골드만 삭스부터 BNP파리바 등 전세계 주요국의 투자은행(IB) 업체들이 앞다퉈 무게중심을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맨해튼 금융권 <출처=블룸버그> |
많게는 수천명에 이르는 대규모 인력을 옮기는 한편 핵심 업무의 거점을 전통적인 금융도시 바깥으로 옮기는 움직임이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업계의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상업용 부동산 가격부터 세금까지 뉴욕과 런던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IB 업체들이 새롭게 선택한 지역은 유럽과 아시아의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과 폴란드 수도인 바르샤바, 인도 남부의 방갈로르 등이 글로벌 IB 업체들이 새롭게 터를 닦는 지역이다. 미국에서는 노스 캐롤라이나가 새로운 무대로 관심을 끌고 있다.
9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 스위스(CS)는 런던과 스위스의 인력을 각각 1800명과 1600명 감축하기로 했다.
이들 인력의 업무를 대체하기 위해 인도와 동유럽, 그리고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에서 상대적으로 고용 비용이 낮은 인력을 채용해 비즈니스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골드만 삭스는 인도 방갈로르에 9000명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건물을 지어 올리고 있다. IT와 운영 업무 상당수를 여기에 배치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방갈로르는 뉴욕에 이어 골드만 삭스의 2위 비즈니스 심장부로 부상할 전망이다. 이 밖에 골드만 삭스는 연내 폴란드 바르샤바에 새로운 오피스를 열고 수 백명의 직원을 채용할 예정이다.
영국 최대 은행 BNP 파리바는 앞으로 3년 동안 포르투갈에 수 천명의 직원을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포르투갈의 인력 규모가 약 2000명에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후 지속된 초저금리와 트레이딩 부진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고전한 금융업계가 비용 절감과 현실적인 구조조정의 수위를 점차 높이는 모습이다.
빌 마이클 KPMG 금융 및 자본시장 글로벌 헤드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기업과 투자은행들이 지난 몇 년간 비용 절감을 위해 전통적인 중심지에서 이탈했다”며 “경제 여건과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최근 들어 이 같은 움직임이 한층 더 강화되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한 IB 업체의 고위 경영진은 인도의 인력 채용 비용이 런던의 25%에 불과하다며 최근 상황의 배경을 설명했다.
한편 최근 5년 사이 뉴욕을 떠난 금융업계 인력은 총 2만7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런던을 이탈한 인력도 1만5000명에 달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