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헤지 비용 7년래 최고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전세계 머니매니저들이 바짝 굳은 표정이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국민투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크게 고조됐다.
일부 여론 조사 결과 브렉시트 찬성 의견이 반대 의견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나면서 파운드화의 헤지 비용이 7년래 최고치로 뛴 것은 물론이고 런던부터 시드니, 방콕까지 투자은행(IB) 업계가 고객들에게 주식 비중을 줄이고 현금을 늘릴 것을 권고하고 있다.
브렉시트를 지지하는 캠페인 용 머그잔 <출처=블룸버그> |
금융시장 전반적으로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거의 되지 않은 상황이며, 국민투표 결과 브렉시트가 최종 결정될 경우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다.
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영국 파운드화가 미국 달러화에 대해 1% 떨어지는 등 주요 통화에 대해 일제히 하락했다.
뿐만 아니라 삭소 그룹에 따르면 파운드화 1개월물 내재변동성이 22.5까지 가파르게 상승, 손실에 대한 헤지 비용이 7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시장이 분주해진 것은 오는 23일 국민투표를 앞두고 브렉시트에 찬성하는 여론이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결과다.
이날 ICM의 집계에 따르면 EU 탈퇴에 찬성하는 이들이 48%로, 반대 43%에 비해 5%포인트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주말 오피니움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찬성 의견이 40%로, 반대 의견 43%와 거리를 불과 3%포인트로 좁혔다.
또 다른 온라인 여론조사 기관인 유거브의 조사에서는 탈퇴에 표를 던진 이들이 45%로 반대 의견 41%를 제친 것으로 집계됐다.
여론 조사 결과가 브렉시트 찬성 쪽으로 무게를 옮기자 느긋하던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파운드화가 하락 압박에 시달릴 뿐 아니라 런던 증시의 부동산 관련 종목이 이날 2~5%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구촌 곳곳의 펀드매니저들은 투자자들에게 리스크 헤지에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자산 규모 2조달러의 스테이트 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는 영국은 물론이고 유럽 주식의 매도를 권고하고 있다.
앞서 골드만 삭스 자산운용도 브렉시트 국민투표가 가까워지고 있어 포트폴리오 리스크가 상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네바의 랜 캐피탈은 현금 비중을 지난달 5%에서 25%로 대폭 높였고, 두바이의 펀드매니저 한스 고티는 브렉시트 찬성이 결정될 경우 파운드화가 달러화에 대해 2009년 수준까지 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밖에 트레이더들은 파운드화부터 유럽 주식까지 관련 금융자산의 변동성 상승에 베팅하는 한편 아시아 이머징마켓을 포함한 주요 위험자산의 헤지를 확대하는 움직임이다.
시드니 AMP 캐피탈 인베스터스의 나이더 나이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이 브렉시트 리스크에 대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유럽과 미국 증시의 변동성 관련 선물을 매입하고 있으며,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시장 공포와 변동성이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