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직접출자 가능성 열어놔…갈등 재연 배제 못해
[뉴스핌=김연순 기자] 정부가 1개월 여간의 고심 끝에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내놨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12조원(정부 직접출자 1조원 포함)규모의 자금을 마련해 국책은행의 자본을 확충하고, 이를 재원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다만 정부가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은의 직접출자 가능성도 열어놓은 만큼 정부와 한은의 갈등 재연 등 논란이 될 소지가 있다.
8일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으로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을 발표했다.
<자료:기획재정부> |
정부는 우선적으로 수출입은행에는 9월 말까지 1조원 수준의 현물 출자를 추진키로 했다. 수출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9%(3월 말 기준)로 목표 BIS비율(10.5%)에 못 미쳐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 실탄으로 슬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11조원 규모로 조성키로 했다. 한은이 10조원 한도를 도관은행(기업은행)을 통해 지원하고, 기업은행은 자산관리공사의 후순위대출로 1조원 한도를 보탠다.
정부는 조선, 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에 대해 다양한 상황과 경우를 가정해 세부 시나리오를 마련했다. 여신의 건전성 악화 및 충당금 추가적립 등 대손비용 증가 등으로 부족하게 되는 산은 및 수은의 자본금 소요를 추정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구조조정 상황 등 금융시장 여건을 고려해 필요할 때마다 자금을 마련하는 캐피탈콜(Capital Call) 방식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기업구조조정 추진시 우려되는 시장영향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했다"면서 "구조조정 상황에 따른 탄력적 대응을 위해 정부와 한은이 함께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은이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하는 이유에 대해 "한은도 한은법상 기능과 목적인 '금융안정'을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정부가 국책은행자본확충펀드 운영위원회 설치·운영 등을 통해 한은 대출금의 조기회수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는 입장도 분명히했다.
다만 정부는 한은의 직접출자 가능성에 대해선 "시장 불안이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될 경우 정부와 한은은 수은 출자를 포함해 금융안정을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단서를 달았지만 한은의 직접출자를 최후보루로 명시한 만큼 이번 국책은행 자본확충방안에서 논란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은 그동안 직접출자를 통한 구조조정 재원 마련에 대해 불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반해 정부는 구조조정이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광의의 가치와 연결된다는 점에서 한은이 발권력을 동원해 신속히 구조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압박해왔다.
정부는 한은과의 이견에 대해 "그간 정부와 한은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이제는 자본확충펀드가 신속하게 가동될 수 있도록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이 '금융시스템 리스크 전이'란 단서를 달고 한은이 직접출자를 수용하는 안을 대책에 넣었지만 이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스핌 Newspim] 김연순 기자 (y2kid@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