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달러 표시 채권..상징적 의미
[뉴욕 = 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관련 서방의 제재 이후 2년만에 처음으로 자본시장에 컴백했다. 유가 하락과 실물경기 하강에 따른 예산 부족을 채우기 위해 국채 발행에 나선 것.
이번 채권 발행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닐 뿐 재정 부실을 해소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출처=AP/뉴시스> |
23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10년 만기 달러화 표시 채권 발행에 나섰다. 수익률은 4.65~4.9%로 제시됐다.
러시아 재무부는 구체적인 발행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30억달러 가량이 될 것이라는 데 투자자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채권 발행 주관은 러시아의 국영은행인 VTB가 단독으로 맡았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의 참여가 서방의 제재로 인해 차단됐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채권 발행으로 확보한 자금은 제재 대상 기업이나 산업에 투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다.
모스크바의 한 소식통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30억달러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라며 “이번 채권 발행이 재정에 숨통을 터 줄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고, 국제 자본시장의 접근이 열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상징적인 행보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VTB 캐피탈에 따르면 총 55억달러의 입찰 자금이 몰렸다. 일단 금융시장 ‘컴백’이 순조롭게 이뤄진 셈이다. 최종 가격 결정은 24일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이번 채권 발행 금리는 기존의 2023년 9월 만기 유로본드의 수익률인 4.02%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이다.
팀 애쉬 노무라 인터내셔널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번 채권 발행으로 러시아는 민간 금융시장에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자금 확보만을 위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지난 2월에도 유로본드 발행을 시도했으나 미국과 유럽연합(EU) 은행권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따라 계획을 접었다. 골드만 삭스와 도이체방크 등 선진국의 대표 IB들이 여기에 대거 포함됐다.
이와 관련, 시장 전문가들은 해외 IB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내 수요만으로 발행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기존의 러시아 유로본드는 올들어 투자자들에게 6.9%의 수익률을 안겨줬다. 국제 유가를 포함한 원자재 가격 반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