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코위 등 '우호적' 기대감…"안심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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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김성수 기자] 인도네시아 회사채가 올들어 아시아 자산시장 중에서 수익률 '톱(TOP)'을 기록, 그야말로 '미운오리 새끼에서 백조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아시아 회사채 지수에 따르면, 올들어 인도네시아의 달러화 표시 회사채는 무려 11.9% 고수익률을 기록하는 등 아시아시장 자산들 중에서 최고 성과를 냈다고 16일 자 블룸버그통신이 소개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하 연준)의 '긴축발작' 당시에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자금유출 위기를 겪었던 '5개 취약 신흥국(fragile 5)' 중 하나였으나, 지금은 투자자들 사이에서 사뭇 다른 대접을 받고 있다.
지난달 11일 기준 미 달러화 대비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의 연간 평가절하폭은 35.4%에 달하지만, 브라질(76.9%) 남아공(62.9%) 터키(57.1%) 등 다른 취약 신흥국에 비해 훨씬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 2014~2015년만 해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 4회 가량의 금리인상을 실시할 가능성이 선반영되면서 루피아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으나, 현재는 이 횟수가 연 1~2회 정도로 줄어들면서 통화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되는 배경이 됐다.
◆ 미 금리전망 후퇴, 조코위 정책 기대감
최근 1년간 달러/루피아 환율 추이. 루피아화 가치가 최근 들어 안정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블룸버그통신> |
올 초부터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된 것도 인도네시아 자산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낳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정부 차원에서 교통 인프라, 발전 플랜트 등 건설 사업 부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투자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인프라 개발을 통한 경제발전 계획을 발표하면서 5년간 4550억달러 규모의 인프라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5~2019년간 주요 경제정책을 다루는 중기 경제개발 계획을 통해 현재 4%대 수준인 경제성장률을 2019년까지 7%로 끌어올리겠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경제 여건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에 물가상승률이 3.6%로 둔화되면서 안정목표 범위인 3~5%에 이미 진입했다. 또 올해 1분기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47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1억달러 적자에 비해 축소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면서 인도네시아가 원유 수입에 지출하는 비용이 크게 절감된 결과다.
BEA 유니언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와 파인브리지 인베스트먼트 등 다수 투자기관들은 이에 따라 국제 신용평가회사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인도네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BEA의 피오나 창 채권 부문 책임자는 "인니 경제 펀더멘털이 크게 개선됐다"며 "지난해처럼 루피아화가 투자자 우려를 불러 일으키던 시절은 지나갔다"고 말했다.
'취약 신흥 5개국' 부채와 재정수지 현황 <출처=국제금융센터> |
◆ 회사채 디폴트 불안은 아직… "안심은 금물"
다만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 경제나 회사채 투자 전망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인도네시아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은 4.9%로, 지난해 4분기의 5%에서 둔화됐다. 팜유와 석탄 등 원자재 가격 급락이 경제에 충격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파인브리지의 아서 로 신흥시장 채권 부문 공동대표는 "최근에 인도네시아에 대한 투자 심리가 크게 좋아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의 성장률 전망치가 강화되었음을 입증할 만한 거시경제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S&P의 자비에 진 선임이사도 "인도네시아 경제의 모든 부문이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다"고 못 박았다. 그는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회사채 수익률 스프레드가 축소되고 있다"면서 "다만, 인도네시아 기업들은 소비와 부동산 경기가 둔화된 데 따라 자금조달 압박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기업 중 지난 5년 동안 달러 회사채 부도를 낸 곳은 7곳에 이른다. 석탄회사 베라우 콜에너지와 이동통신사 바크리 텔레콤 등이 대표적이다.
얼라이언스 번스타인의 제니 정 아시아 회사채 부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선회했으나 회사채 스프레드(기준이 되는 동일 만기 국채 금리와 차이)가 아직 높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국영 석유공사인 피티 페타미나가 발행한 2023년 만기 채권은 수익률이 4.3%로, 동일 만기 국채보다 2.42%포인트(242bp, 1bp=0.01%p) 높다. 지난 1월의 414bp에 비하면 스프레드가 약 절반으로 축소됐지만, 인도네시아 회사채가 국채보다 훨씬 높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제니 정 매니저는 "현재로서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익스포저를 확대할 생각은 없으며 오히려 축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파인브리지의 아서 로 대표의 경우는 좀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는 "최근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되는 것은 매우 드문 경우"라며 "그러나 S&P가 인도네시아 신용등급을 올린다면 인도네시아 자산에 더 많은 매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로 자금을 배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스핌 Newspim] 김성수 기자 (sungsoo@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