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이승환 기자]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던 홍콩 증시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가 랠리를 보이는 중에도 거래가 저조했던 점에 주목하며 홍콩증시의 장기 침체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국 증권시보에 따르면, 홍콩증시 항셍지수(헝셩지수)는 지난 2월부터 꾸준히 상승, 두 달새 18% 가까이 오른 뒤 최근 2거래일(4월29일,5월3일) 각각 1.50%, 1.85% 급락했다. 3일 종가기준 항생지수는 20676.94 포인트를 기록 지난 4월 초 수준으로 되돌려졌다.
홍콩 항셍지수는 중국 증시의 불마켓이 한창이던 지난해 4월 27일 28533.59 포인트를 최고점으로 급락하기 시작해 지난 2월 중순 18319포인트까지 추락했다. 중국 본토 A주 파동에 홍콩 경기 침체 우려, 환율 불안정 등이 더해지면서 10개월간 누적 낙폭이 40%에 육박했다.
그러던 홍콩증시는 2월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낮아진 벨류에이션과 위안화 약세에 따른 헤지효과가 부각되면서 돈이 몰린 것. 선강퉁(深港通, 홍콩·선전 거래소간 교차매매) 출범이 가시화되면서 A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홍콩증시가 주목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로 이기간 본토에서 홍콩증시로 빠져나 온 자금이 홍콩에서 상하이증시로 유입된 자금을 넘어서는 역전현상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최근 다시 항셍지수의 되돌림 압력이 확대되면서 홍콩증시의 화려한 부활이 일장춘몽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자료=바이두(百度)> |
최근 별다른 악재가 없었던 점과 지난 랠리 기간에도 저조한 거래 흐름이 지속된 점을 감안하면 홍콩증시의 장기 침체가 여전히 ‘진행중’이라는 지적이다. 증권시보에 따르면 항생지수가 1000 포인트 넘게 상승한 지난달 홍콩거래소의 거래량은 지난 1년반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쑤페이펑 초상은행 홍콩 전략팀 연구원은 “지수 상승에도 거래량이 위축되고 있는 점이 기관 투자자들의 홍콩 증시에 대한 확신이 없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홍콩증시가 중국 증시 투자자들의 ‘미운오리 새끼’가 된 배경에 대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본토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성적인 투자 패턴을 꼽고 있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80%에 육박하는 A주는 단기재료에 반응하며 잦은 급등세를 연출하는 반면, 홍콩증시는 중장기적인 경기 펀더멘탈에 연동하는 탓에 그만큼 투자기회를 찾기 힘들다는 것. 즉 중국 경제 회복에 대한 뚜렷한 신호 없이는 홍콩증시가 침체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증시 관계자는 중국의 1분기 경제지표가 부분적으로 호전기미를 보였지만 A주와 달리 H주는 별로 양광을 누리지 못했다며 홍콩 시장이 당분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핌 Newspim] 이승환 기자 (lsh89@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