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발 불구하고 대기업 3곳·중소 1곳 4개 특허권 추가
[뉴스핌=강필성 기자]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을 4개 더 추가하기로 하면서 업계의 표정이 확연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말 사업권을 잃어 고스란히 폐점할 상황이었던 호텔롯데의 롯데면세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쾌재를 부르는 반면 지난해 사업권을 따낸 5개 사업자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사업계획 당시에 예상치 못했던 경쟁자가 무더기로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생존권을 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29일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에 따르면 올해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4개 더 추가할 계획이다. 이중 3개는 대기업에, 1개는 중소기업의 몫으로 배정했다.
이에 따라 현재 9개(폐점 예정 2곳 제외)의 서울 시내면세점은 총 13개로 늘어난다. 전년 상반기 서울 시내면세점이 6곳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두배 이상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이에 HDC신라면세점,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SM면세점, 신세계DF, 두산 등 5개 사업자는 망연자실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5개사 대표이사가 직접 관세청을 찾아가 면담을 신청할 정도로 추가 면세점을 막기 위한 공동전선을 펼쳐왔다.
오후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SK 워커힐 면세점에서 고객들이 쇼핑을 마치고 나서는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이들이 신규시내면세점의 추가에 대해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경쟁관계 때문이다. 막 면세사업에 첫발을 딛는 상황에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것은 사업성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엇보다 추가되는 사업자가 기존 사업자인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이라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기존 사업 인프라와 노하우, 고객이 있는 이들과 경쟁은 불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롯데면세점, 워커힐면세점에 입점한 브랜드, 고객 층을 흡수하려고 생각해온 사업자들의 구상도 모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한 면세점 사업자는 “결국 처음부터 결론이 나와있었던 것 아니겠냐”며 “1년도 안돼 이렇게 신규 특허권을 늘릴 것이었다면 뭐하러 막대한 투자를 하면서 특허권을 받았나 싶다”고 토로했다.
신규 면세점 사업자의 침통한 표정이라면 롯데면세점과 워커힐면세점은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특허권 만기 이후 사업권을 두산, 신세계에 각각 빼앗기면서 폐점이 불가피했던 이들은 이번 추가 시내면세점을 통해 부활을 도모할 수 있게 됐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관광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고심 끝에 나온 정책 결정에 환영의 뜻을 표한다”며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는 외국인 관광객 추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이 벌어지는 각 국의 면세점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올바른 결정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내면세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현대백화점그룹과 이랜드그룹 역시 이번 시내면세점 추가에 고무되고 있다. 대기업의 특허권이 3개가 나오는 이상 예전 입찰 당시와 달리 큰 경쟁없이 안정권에 들 수 있다고 판단하는 탓이다.
문제는 시기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오는 6월 폐점이 예정 돼 있고 워커힐면세점은 오는 5월 폐점이 예정돼 있다.
해당 면세점 관계자는 “폐점이후 특허권 발급이 늦어질수록 점포와 인력을 유지하는데 상당한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빠른 시일내 특허권 발급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강필성 기자 (feel@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