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기업 22곳 중 8곳만 매각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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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핌=한기진 기자] 은행권에서 구조조정중이거나 가능성있는 기업은 모두 ‘1120여개’(중복 포함)로 확인됐다. 구조조정 속도가 늦다는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질책에는 이유가 있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 국민, 신한, 우리, 농협, 산업, 기업은행 등 7개 은행은 작년에 구조조정 대상 후보로 1770개(중복 포함) 기업을 선정하고, 이중 660개(37%)만 정상기업으로 판정했다.
당장 구조조정은 실시하지 않지만 감시대상에 들어간 ‘부실징후 가능성이 큰 기업’은 1017개였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부실징후기업’은 45개, ‘정상화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58개다. 감시대상까지 포함하면 총 1120개(63%)다.
은행이 자율로 실시하는 상시 평가 시스템과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른 세부평가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은행 별로 구조조정중이거나 감시대상 기업 수는 KEB하나은행이 335개로 가장 많았다. 전통적으로 기업금융이 활발한 외환은행을 인수한 결과이다. 뒤이어 우리은행 240개, KB국민은행 176개, NH농협은행 142개, 산업은행 103개, 신한은행 80개, 기업은행 34개 순이다.
은행권과 별도로 금감원이 작년에 실시한 기업 신용위험평가에서는 구조조정대상이 중소기업 175개, 대기업 54개였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금감원이 밝힌 작년 기업여신의 신규 부실채권 규모는 23조4000억원이나 됐다. 전체 부실채권(26조5000억원)의 88%다.
특히 구조조정에 실패해 문을 닫아야 하는 기업이 총 22개였다. 실제 정리(매각, 상각, ABS매각, 여신완불)된 기업은 8곳(33%)에 그쳤다. 나머지 14곳은 경매나 법원에 회생절차폐지 절차를 밟고 있다. 은행들은 주채무기업중에서 정리대상을 추렸다.
이를 놓고 감독당국은 기업구조조정이 부진하다고 본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4개 시중은행 기업구조조정 담당자에게 "회생 가능한 기업은 과감하고 신속하게 지원해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지 말아 달라”고 촉구했다.
김영욱 한국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우리나라에서 선제적 구조조정이 잘 안되는 이유는 정부, 정치권, 채권단, 오너, 노조 등 시어머니가 많기 때문”이라며 “그중 오너가 가장 크게 저항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도 기본원칙에 충실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필요하면 채권단 면책증서 등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한다”고 했다.
[뉴스핌 Newspim] 한기진 기자 (hkj7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