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된 국내 ETN, 다양한 해외 ETN으로 선점효과 노려"
[뉴스핌=박민선 기자] 삼성증권이 새롭게 꿈틀대는 상장지수증권(ETN)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개장 1년 반에 불과한 새내기 상품이지만 향후 분산투자 대안으로서 ETN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기 때문이다. 앞서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선점의 짜릿함을 경험한 것도 삼성이 적극 대응에 나서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014년 11월 개설된 이후 시가총액 기준 2조원 수준까지 늘어나자 시장 장악을 위한 증권사들간 경쟁은 결코 녹록치 않다. 그런 가운데 삼성증권은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좋은 스타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대금 기준 삼성증권의 ETN 시장 점유율은 57.57%(127억원)로 타사대비 가장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인 NH투자증권(26.02%)과 신한금융투자(15.06%)와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고 있다. 발행상품 개수 전체 82개 가운데 23개를 확보해 라인업 측면에서도 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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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 듯 다른 ETN와 ETF. 시장 전문가들은 개설 10주년을 넘어서면서 다소 정체를 보였던 ETF 시장도 ETN 출범을 계기로 시장을 키워가는 데 좋은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편리한 거래, 저렴한 수수료 등 두 상품은 영락없는 '닮은꼴'이다.
다만 자산운용사가 발행해 자산운용을 통해 지수 수익률을 추적하는 ETF와 달리 ETN은 증권사 자체 신용으로 발행해 자산운용을 통한 기초지수 수익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상품이다. 또한 펀드인 ETF 대비 기초지수 구성종목수 요건이 완화돼 있어 자산운용 제한이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는 것은 ETN의 강점으로 꼽힌다.
임상백 삼성증권 ETN 파트장은 "국내 주식형 ETN의 경우 상대적으로 구성 종목 수가 많은 ETF보다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라는 느낌을 더 강조하기 위해 각 상품의 구성 종목을 5개로 압축해놨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바이오테마주ETN'의 경우 셀트리온, 한미사이언스,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5개 종목으로만 구성해 바이오 관련 대표 ETF로 꼽히는 TIGER헬스케어(14개 종목을) 대비 포트폴리오 자체가 압축돼 있다. 임 파트장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마주에 대해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 사이의 틈새를 공략하는 전략은 주식형 ETN에 핵심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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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백 삼성증권 ETN 파트장 <사진=삼성증권> |
또 ETN은 일종의 회사채 또는 약속어음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탓에 발행사가 파산할 경우 투자자들이 신용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삼성이 초기 시장 안착에 유리한 이유 중 하나도 이 같은 특성과 무관치 않다. 이에 삼성증권은 개설 초기 상품명에 사용했던 퍼펙스(Perfex)라는 브랜드를 과감히 떼어버리고 '삼성'으로 바꿔달았다. 임 파트장은 "어려운 브랜드보단 삼성이라는 이름이 고객들에 친근하고 편안하게 다가가다보니 리테일 채널을 통해 전해지는 효과에서 당장 확연한 온도 차이가 있었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앞으로도 ETN을 자산관리를 위한 투자대안으로 키우기 위해 차별화를 시도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 유럽에 투자하는 해외주식형 상품들을 선보인 바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 직접 투자하고자 하는 수요를 적극 반영해 상품 개발에 주력한다는 것.
임 파트장은 "궁극적으로 대중을 상대로 한 상품으로 성장할 것이기 때문에 리테일 고객들이 자산관리를 위해 글로벌 자산에 집중 투자할 수 있도록 인도와 베트남 등 이머징국가를 포함한 해외지수를 위주로 다양한 상품을 만들어갈 것"이라며 "업종의 틀 자체도 최근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플랫폼 성격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패시브 시장의 가능성과 성장성, 그리고 알고리즘 트레이드가 하나의 추세로 형성되고 있는 만큼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매우 클 것"이라며 "다소 정체기에 빠졌던 ETF 시장도 ETN의 도입을 계기로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자산과 전략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핵심 금융상품으로 함께 자리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뉴스핌 Newspim] 박민선 기자 (pms0712@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