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 노조 "파면 확정되면 무효 소송 제기할 것"
[뉴스핌=송주오 기자]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 노조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조종사 노조 측은 준법투쟁을 벌인 박 모 기장에 대해 사측이 파면을 확정할 경우, 법적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박 기장 파면 여부에 따라 노사 간 법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됐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2시께 본사에서 중앙상벌심의위원회를 열어 박 기장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
박 기장은 지난달 21일 필리핀 마닐라발 인천행 여객기(KE624편)의 조종을 다른 조종사에게 넘겼다. '24시간 내 12시간 초과 근무 제한'이라는 단체협약의 규정에 따라 운항에 나설 경우 근무 시간 4분을 초과하게 돼서다. 이는 조종사 노조가 지침한 준법투쟁의 일환이었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지난 7일 운항본부 주재로 자격심의위원회를 열어 박 기장을 파면했다. 이에 불복한 박 기장이 재심을 요청, 중앙상벌위원회가 열리게 된 것이다.
대한항공 안팎에서는 파면에 무게를 싣고 있다. 중앙상벌위원회가 사측 인원으로 대거 구성되기 때문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에 대해 "상벌위 결과는 나와 봐야 알 수 있다"면서 "조정업무와 관련된 부서 인원들이 참석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중앙상벌위 구성 인원에 대해서는 외부에 공개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결과를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중앙상벌위에 조종사 노조 측 인원이 참여할 수 없어 파면 결정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본사<사진=대한항공> |
중앙상벌위 결과 파면으로 확정될 경우 조종사 노조는 파면 무효를 위한 법적 투쟁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파면이 확정된다면 무효를 이끌어내기 위한 법적투쟁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종사 노조는 박 기장의 징계와 상관없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에 대한 고소를 준비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는 최근 조종사에 대한 비하 댓글을 단 조 회장을 고소하기 위해 소속 조합원들로부터 탄원서를 접수 중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지난달 조종사 노조를 상대로 서울 남부지방법원에 조종사 노조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했다. 또 같은 날 핵심 노조간부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노사 간 갈등이 회사를 넘어 법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노사의 고조된 갈등이 지난주 재개된 2015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종사 노조는 37%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으며, 사측은 총액 대비 1.9% 인상안(기본급+비행수당)을 고수하고 있다.
조종사 노조 관계자는 "임금협상은 별도의 건으로 협상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면서도 "노사 양측 모두 기존의 요구 조건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뉴스핌 Newspim] 송주오 기자 (juoh85@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