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상대 보험사기·사문서 위조 여부도 확인 못해
[편집자] 이 기사는 03월 15일 오전 09시07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뉴스핌=이지현 전선형 기자] 국내 유명 생명보험사의 허술한 설계사 관리 시스템이 도마에 올랐다.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지점에서 사기행각이 발생했지만 민원이 들어올 때까지 수년간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14일 금융당국 및 보험업계, 경찰 등에 따르면 S생명 설계사 출신 L씨가 수십 명을 대상으로 보험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경찰에 고소됐다. L씨는 지난 2004년 지인인 신모씨에게 접근해 변액보험 가입을 권유했다.
이후 L씨는 신씨가 가입한 보험을 임의로 해약해 환급금을 모두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허위 상품인 ‘추가납입 상품’에 가입하도록 해 추가납입금을 모두 편취했을 뿐 아니라 2006년에는 신씨 몰래 새로운 변액보험 상품에 가입하고 만기 보험금을 모두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신씨뿐만 아니라 그의 일가친척까지 해당 사건에 연루되면서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총 피해금액은 25억여원에 달한다.
경찰은 신씨 일가뿐만 아니라 대구 지역에 추가 피해자들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현재 L씨와 관련된 사건으로 대구 수성경찰서에 접수된 신고만 9건, 피해자는 총 18명이며 피해금액은 41억여원에 이른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7일까지도 L설계사와 관련된 신고가 접수됐다"며 "문제의 심각성이 드러나면서 내일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L설계사를 체포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 S생명의 허술한 설계사 관리는 이번 뿐이 아니다. 과거에도 설계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여러 보험사기 사건에 연루된 바 있다.
지난 2011년에는 부산에서 본사 직원과 설계사가 공모해 40억여원 규모의 보험사기가 발생했다. 지난 2013년에는 S생명 보험왕 출신 설계사가 특정고객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고객들이 보험을 가입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게 브랜드 네임”이라며 “특히 규모가 큰 S생명은 사기사건이 유독 더 많이 두드러져 보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더군다나 이번 사건에서 L설계사는 S생명의 사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허위 상품의 추가납입증명서를 발급하면서 S생명 대표이사 직인이 찍힌 문서를 고객들에게 건넨 것이다.
추가납입상품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문서는 위조된 것일 뿐만 아니라 S생명 대표이사의 직인을 도용했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보험업계 설명이다.
만약 L설계사의 사문서 위조가 사실로 밝혀지면, S생명은 관리 소홀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까지 받을 수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L설계사와 관련해 금감원에 제기된 민원만 해도 여러 건이 있어 현재 사실조회·검토 중에 있다”며 “다만 경찰과 검찰에서도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만큼 금감원에서는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위조된 계약서에 찍힌 직인에 대해 S생명의 관리소홀 문제를 가리는 것이 관건”이라며 “이에 대한 수사기관의 판단에 따라 금감원이 S생명에 책임을 묻는 등의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S생명 측은 해당 사건을 설계사 L씨의 개인 보험사기 사건으로 보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이지현 기자 (jhle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