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문화산업, 한국 경제 신성장 동력 평가
中 당국 인위적 제한조치에도 한류 붐 거세
[베이징=뉴스핌 홍우리 특파원] ‘태양의 후예’가 중국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부터 ‘태양의 후예’까지 한국 드라마가 잇따라 성공을 거두며 중국 동영상 업체들은 한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대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드라마 등 문화아이디어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한국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며, 한국 문화산업 발전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이미지=바이두(百度)> |
◆ 中 인터넷·미디어 기업, 韓 엔터테인먼트 투자 기회 포착에 열중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愛奇藝)를 통해 한중 최초 ‘제로 시차’로 동시 방영에 들어간 가운데, 4회 방영만에 누적 조회수가 2억뷰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중국 내 한류열풍에 다시금 불을 지폈다. 특히 앞서 ‘응답하라 1988’과 ‘치즈인더트랩’ 등 드라마 또한 인터넷을 통해 방영,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등 다양한 분야 업체들이 우리나라 엔터테인먼트업계 투자기회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중국경영망(中國經營網) 등은 보도했다.
먼저 아이치이의 경우 ‘태양의 후예’ 판권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중국 내 홍보 및 마케팅, 해적판 단속 등 자격까지 획득하며 한국 드라마 시장에 대한 침투를 가속화 하고 있다. 덕분에 제작사 측으로부터 출연진의 친필 싸인 포스터 등 홍보자료를 제공받아 아이치이 회원에 배포할 수 있었고, 현재는 주인공들을 초청해 중국에서 팬미팅 등 오프라인 행사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치이뿐만 아니라 항저우(杭州) 미디어기업인 화처미디어(華策影視,300133, SZ) 또한 일찌감치 한국 미디어에서 시장 기회를 엿봤다. 지난 2014년 10월 화처미디어는 ‘태양의 후예’ 제작사이자 한국 4대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 중 하나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xt Entertainment World, 이하 NEW)’에 3억2300만위안(당시 한화 535억원)을 투자, 13.03%의 지분을 인수하며 NEW의 2대 주주가 되었다. 당시로서는 중국기업의 한국 미디어 기업에 대한 최대 규모의 투자였다.
이어 지난해 10월에는 화처미디어 산하 화처필름(華策影業)이 NEW와 함께 세운 합자법인 ‘화처허신(華策合新)’이 공식 출범했고, ‘마녀’ ‘뷰티인사이드’ ‘더폰’ 등 총 3편의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이 밖에도 알리바바는 최근 한국 최대 엔터테인먼트기업인 SM 지분 4%를 인수했다. 2014년에는 소후닷컴이 대표 한류스타 김수현 등이 소속된 키이스트의 2대 주주가 되었고, 같은 해 말 QQ뮤직은 YG엔터테인먼트와의 협력 소식을 전한 바 있다.
◆ 드라마가 韓 경제 성장 이끌어
드라마 등 콘텐츠 판권 가격이 치솟고, 각종 파생상품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에서는 드라마 산업이 한국 경제 성장을 이끌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제일재경망(第一財經網)은 한국 문화아이디어산업 수출이 100달러 늘어나면 한국 제품 수출은 412달러 늘어난다며, 문화산업이 제품 수출의 4배가 넘는 수익을 창출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현재 한국 드라마 판권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별에서 온 그대(별 그대)’의 경우 회당 약 26만 위안에 팔리며 2005년 방영된 ‘대장금’의 회당 18만 위안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별 그대’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며 제3차 한류 바람을 몰고 온 뒤 한국 드라마 ‘몸 값’이 급등했다.
2014년의 ‘괜찮아 사랑이야’의 경우 회당 12만 달러(한화 약 1억4348만원)에 판권이 팔렸고, ‘내겐 너무 사랑스런 그녀’의 회당 가격은 2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2014년 하반기에 판매된 ‘태양의 후예’ 판권 가격이 더 오른 것은 당연지사. 특히 남녀 주인공이 미확정 된 상황에서 회당 23만 달러라는 거액에 판권 거래가 성사되며 아이치이가 ‘무리한 도박을 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했다.
중국에서의 한류는 1990년대 말 원조 아이돌그룹 HOT 등 케이팝(K-POP)에서 처음 시작된 뒤 2003년 전후 ‘가을동화’와 ‘풀하우스’, ‘대장금’이 잇따라 히트를 치며 이른바 ‘한쥐(韓劇, 한국드라마)’열풍을 낳았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의류와 액세서리, 화장품 등으로 이어져 중국 소비자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장금’ 방영 당시에는 전통의상과 음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중국인들의 관심이 급증하며 한국 유학 및 한국 여행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 中 해외 콘텐츠 황금시간대 방영 등 제한 조치…한류 열풍 막기는 역부족
중국 시청자들은 한국 등 해외 콘텐츠에 열광하는 반면, 중국산 콘텐츠의 인기는 시들하다. 자국 콘텐츠 보호 및 해외 문화 범람 차원에서 현재 중국 당국은 해외 미디어 콘텐츠의 황금시간대 방영을 금지하고, 총 방영횟수 또한 50회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한류 붐을 막기엔 역부족이다.
중국 문화산업 전문가 저우카이쉬안(周凱旋)은 “지금의 3차 한류 열풍은 인터넷을 플랫폼으로 번지고 있어 당국의 조치도 이를 막을 순 없다”고 지적했다.
인위적인 제제조치와 함께 드라마 등 한국 콘텐츠의 발전 경험을 학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별 그대’ 방영 당시 중국 공산당 서열 6위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한국 드라마가 중국을 점령하고, 미국 심지어 유럽에서까지 유행하고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며 업계의 각성을 촉구했고, 최근에는 장궈리(張國立) 정협 위원이 "나도 한국과 미국 드라마를 많이 본다”며 문화 콘텐츠 육성을 강조했다.
한국 국내 콘텐츠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4.9% 증가한 91조5300억 원에 달하고, 수출액이 전년대비 10.6% 가량 늘어난 50억9000만 달러로 집계된 가운데, 중국이 최대 수출시장인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저우카이쉬안은 “중국의 콘텐츠 수출은 여전히 적자 상태다. 중국해관 자료에 따르면, 2010 중국 핵심문화산업 수출입 규모는 143억9000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수출은 수입의 1/3에 불과했다”며 “중국의 수출 콘텐츠 중 드라마·영화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기는 하지만 한국이나 미국에는 여전히 크게 뒤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핌 Newspim] 홍우리 특파원 (hongwoori@newspim.com)